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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알다시피 지금은 강세장 아닌가 (제시 리버모어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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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ge 148 ~ 159 》

 

 

투기라는 게임을 하면서 내가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시간이라는 문제에서였습니다. 

 

 

이제 버컷샵에서 해왔던 것처럼 확실한 게 나타날 때가지 기다렸다가 1~2포인트 수익을 챙기는 일은 불가능했으니까요.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했던 바로 그 게임에 대한 자세가 바뀐 것이지요.

 

 

이렇게 함으로써 나는 단순히 주가의 등락에 베팅하는 것과 불가피하게 닥쳐올 상승세나 하락세를 예상하는 것, 즉 도박과 투기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조금씩 배워나갔던 것입니다.

 

 


 

풀러튼 증권회사의 고객들도 그저 그런 군중들이었지요.

 

 

초짜부터 조심성 많은 호구에 이르기가지 온갖 호구들이 다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과 다른 단 한 명의 노인이 있었어요.

 

 

우선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연로했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 먼저 조언을 해준다든가 자기가 크게 이긴 일을 자랑하는 경우는 절대 없었지요.

 

 

그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매우 주의 깊게 귀 기울이는 대단한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비밀정보에는 전혀 관심 없어 보였어요.

 

 

그는 말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들었는지 혹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절대 묻는 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누가 그에게 비밀정보를 주면 늘 정보 제공자에게 매우 정중하게 감사를 표했지요.

 

 

이따금 그 비밀정보가 맞는 것으로 드러나면 정보 제공자에게 재차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비밀정보가 틀렸다 해도 그는 결코 두말하는 법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그가 정말 그 비밀정보를 따라서 했는지, 아니면 그냥 슬쩍 흘려버렸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지요.

 

 

이 나이든 노인이 돈이 많으며, 아주 크게 한판 할 수 있다는 건 풀러튼 증권회사에서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얘기였어요.

 

 

하지만 그는 증권회사에 수수료 수입을 많이 올려주지는 않았습니다.

 

 

누가 봐도 그는 거래를 자주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의 이름은 패트리지였지만, 사람들은 그가 안 보는 곳에서 "터키"라고 불렀는데, 그가 두툼한 가슴팍에다 턱을 파묻은 채로 이 방 저 방을 마치 칠면조처럼 점잔을 배며 활보하고 다녔기 때문이지요.

 

 


 

 

 

이들은 패트리지 노인에게 자기네들이 비밀정보를 듣고도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그의 조언을 듣기 위해서였다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말해달라고 청했지요.

 

 

그러나 이들이 가져온 비밀정보가 매수 쪽이든 매도 쪽이든 이 노인의 대답은 항상 똑같았습니다.

 

 

고객은 패트리지 노인을 찾아와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털어놓은 다음 물었지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노회한 터키는 머리를 한쪽으로 곧추 세우고는 인자한 미소와 함께 이 고객을 뚫어지게 바라본 다음 마침내 아주 감동적인 어조로 답했습니다.

 

 

"알다시피 지금은 강세장 아닌가 (You know, it's a bull market) !"

 

 

나는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그래, 알다시피 지금은 강세장 아닌가!"

 

 

이 말을 할 때면 그는 마치 상대방에게 백만 달러짜리 보험증서 안에 값을 따질 수 없는 귀중한 부적을 넣어 건네주는 듯한 모습이었지요.

 

 

물론 처음에는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엘머 하우드가 노인을 찾아온 것이었지요.

 

 

"패트리지 씨, 제가 보유하고 있던 클라이막스 모터스 주식을 방금 팔아버리고 오는 길입니다.

 

 

잘 아는 사람한테서 들은 얘기로는 시장이 곧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데, 그러면 저는 싼값에 다시 매수할 수 있을 겁니다.

 

 

선생님도 저처럼 하는게 좋을 거에요. 아직도 그 주식을 갖고 있다면 말이죠."

 

 

엘머는 자기한테서 맨 처음 매수하라는 귀띔 정보를 받은 노인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자라봤습니다.

 

 

돈도 받지 않고 정보를 흘려주는 아마추어 정보 제공자는 자기한테서 정보를 받은 사람의 몸과 마음까지 늘 자기가 다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요.

 

 

그 정보가 어떻게 판명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맞네, 하우드 군, 나는 아직도 그 주식을 갖고 있네. 당연하지!"

 

 

터키는 기분 좋은 목소리로 대답하더군요.

 

 

노인을 일일이 생각해주는 엘머의 마음이 고맙다는 표시였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이 이익을 실현할 시점이라는 얘깁니다.

 

 

나중에 주가가 급락하면 그때 다시 사면 되니까요."

 

 

엘머는 마치 노인을 위해 예금전표라도 작성해주는 투였습니다.

 

 

그런데 정보를 들은 사람에게서 진심으로 감사하는 표정이 보이지 않자 엘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방금 제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전부 팔았다니까요!"

 

 

그의 목소리와 태도를 보면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그가 1만 주는 매도했으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요.

 

 

하지만 패트리지 노인은 유감스럽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넋두리를 늘어놓았지요.

 

 

"아니지! 아냐! 그럴 수는 없어!"

 

 

"네?" 

 

 

엘머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럴 수는 없다고!"

 

 

패트리지 노인이 대답했지요.

 

 

엘머는 참으로 난감해 했습니다.

 

 

"제가 그 주식을 사라고 정보를 주지 않았던가요?"

 

 

"그랬지, 하우드 군, 그래서 나는 자네한테 매우 고마워하고 있다네. 진심이야. 하지만, 이보게······."

 

 

"잠깐만요!  제가 얘기하지요!  그 주식이 열흘 만에 7포인트나 오르지 않았습니까?  맞지요?"

 

 

"그렇네, 그러니까 이렇게 자네한테 감사하지 않나. 그러나 그 주식을 판다는 건 생각할 수조차 없다네."

 

 

"생각할 수조차 없다고요?"

 

 

이렇게 묻는 엘머 자신도 이제 의심스러워지고 시작했습니다.

 

 

이건 정보 제공자가 정보 수령자가 될 때 자주 있는 일이지요.

 

 

"그래, 생각할 수조차 없네."

 

 

"왜 안 된다는 겁니까?"

 

 

엘머는 노인에게 가까이 다가섰습니다.

 

 

"왜냐하면 말이지, 지금은 강세장 아닌가!"

 

 

이 노인은 마치 긴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듯 얘기했습니다.

 

 

"맞습니다. 저도 지금이 강세장이란 건 선생님만큼 잘 압니다. 하지만 보유 주식을 잠시 매도한 다음 조정을 받을 때 다시 매수하는 게 더 낫겠지요. 그러면 매수 단가도 떨어뜨릴 수 있을 겁니다."

 

 

엘머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고 화가 난 표정이었지요.

 

 

"젊은이, 좀 들어보게나, 지금 그 주식을 팔아버리면 나는 내 포지션을 잃을 것이네, 그러면 나는 대체 어디에 서 있겠나?"

 

 

패트리지 노인은 무척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엘머 하우드는 두 손을 들어올리고는 머리를 저으며 동의를 구하려는 듯 나에게로 걸어왔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

 

 

그는 속삭이는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지요.

 

 

"자네한테 묻는 거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가 계속 얘기하더군요.

 

 

"내가 저 노인한테 클라이맥스 모터스에 관한 정보를 줬거든. 그는 500주를 매수했어. 이미 7포인트 이익을 올렸는데, 내가 그만 팔고 곧 조정이 찾아올 테니 그때 다시 사라고 조언해준 거야. 그런데 내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뭐라고 한 줄 알아? 주식을 팔면 자기 일자리를 잃는다는 거야. 너는 뭐 짚이는 게 있어?"

 

 

"미안하지만, 하우드 군, 나는 내 일자리를 잃는다고는 말하지 않았네."

 

 

노회한 터키가 끼어들었습니다.

 

 

"나는 내 포지션을 잃을 거라고 했지. 그리고 자네가 나처럼 나이를 먹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숱한 거품과 패닉을 경험해본다면 알게 될 걸세. 포지션을 잃는다는 건 누구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지. 존 D. 록펠러조차도 말일세. 주가가 조정 받기를 바라네. 그러면 자네는 이미 상당한 차익을 거둔 자네 물량을 도로 매수할 수 있겠지. 그렇지만 나는 오랜 세월의 경험에 따라서만 거래할 수 있다네. 나는 이 경험을 쌓느라 많은 수업료를 냈어. 또 다시 수업료를 내고 싶지는 않다네. 그러나 자네에게는 내 돈을 맡아주는 은행에게 그런 것처럼 똑같이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네. 알다시피, 지금은 강세장 아닌가."

 

 

패트리지 노인은 멍한 표정의 엘머를 놔둔 채 점잔을 뺀 걸음걸이와 함께 사라져버렸습니다."

 

 

 


 

패트리지 노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확실히 알게 된 것은 내가 시장 전반을 정확히 예측해놓고도 당연히 손에 쥐었어야 할 돈을 벌지 못했던 숱한 실패들을 곱씹어보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 수록 패트리지 노인이 얼마나 현명했는지 가슴에 와 닿았지요.

 

 

틀림없이 그도  젊은 시절에는 나와 똑같은 결점으로 인해 고생했을 것이고, 인간의 약점에 대해 알게 됐을 겁니다.

 

 

경험이 가르쳐주듯이 그는 극복해내기 힘들 뿐만 아니라 늘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던 유혹에 자신을 그냥 방치해두지 않으려 했을 것이며, 그 점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패트리지 노인이 다른 고객들에게 "알다시피, 지금은 강세장 아닌가!"라고 한 말의 진정한 의미를 마침내 깨달았을 때 나는 트레이딩을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확실히 진일보한 것 같았습니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큰돈은 개별적인 주가 등락이 아니라 시장의 기본적인 주가 흐름을 알아야 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주가 테이프를 읽는 게 아니라 전체 시장과 그 추세를 파악해야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한 가지 이야기해둘 것이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며 수백만 달러를 벌어보기도 하고 잃어보기도 한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이에요.

 

 

내가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결코 내 머리 덕분이 아니었습니다.

 

 

항상 그것은 앉아 있은 덕분이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어요?

 

 

진득하게 앉아 있은 덕분에 큰돈을 벌었다는 말입니다.!

 

 

시장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은 전혀 대단한 기술이 아닙니다.

 

 

강세장 초기에 얼마든지 상승 주도 종목을 잡아낼 수 있고, 약세장 초기에 얼마든지 하락 주도 종목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시점에 정확한 판단을 내린 사람을 수도 없이 만나봤지요.

 

 

이들은 이렇게 찾아낸 종목들의 주가가 틀림없이 엄청난 수익을 올려줄 바로 그 수준에 왔을 대 매수하거나 공매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나와 너무도 똑같았습니다.

 

 

이들 역시 진짜 큰돈을 벌지 못했던 겁니다.

 

 

옳은 판단을 내리는 동시에 진득하게 앉아 있는 사람은 드물지요.

 

 

 

나는 이것이야말로 정말 가장 배우기 힘든 것 가운데 하나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주식 투기자는 이것을 확실히 이해한 다음에야 큰돈을 벌 수 있어요.

 

 

무지한 상태에서 수백달러를 버는 것보다 거래하는 방법을 제대로 안 다음 수백만 달러를 버는게 더 쉽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누구든 똑바로 분명하게 볼 수는 있지만 시장이 그가 생각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시간이 걸리는데, 이걸 참지 못하고 의심하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의 수많은 사람들, 호구도 아니고 심지어 좀 안다는 호구에도 들지 않는 사람들마저 돈을 날리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시장이 이들을 이기는 게 아닙니다.

 

 

이들 스스로 무너지는 겁니다.

 

 

머리는 갖고 있으나 진득하게 앉아 있지를 못하기 때문이지요.

 

 

노회한 터키가 한 행동이나 그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한 말은 모두 100% 옳은 것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갈 용기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느긋하게 앉아 있을 만큼 지혜로운 인내까지 지닌 인물이었어요.

 

 

큰 흐름을 무시한 채 시도 때도 없이 매매하려고 한 게 나에게는 치명적이었습니다.

 

 

주가의 작은 등락을 전부 잡아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강세장에서 해야 할 게임은 강세장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확실해질 때까지 매수 후 보유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비밀정보에 귀 기울이거나 개별 종목에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요인에 신경 쓰지 말고 시장을 둘러싼 여건을 공부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모든 주식을 처분하는 겁니다.

 

 

완전히 빠져나와야 합니다!

 

 

이제 시장이 방향을 틀었음을 확인할 때까지, 혹은 확인했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시장의 전반적인 여건이 반전되기 시작할 때까지 말이지요.

 

 

이렇게 하려면 머리를 써야 하고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내 조언이 그저 쌀 대 사서 비쌀 때 팔라는 말처럼 우습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누구라도 배울 수 있는 가장 도움이 되는 말 가운데 하나는 마지막 8분의 1달러나 처음 8분의 1달러까지 붙잡으려고 애쓰지 말라는 겁니다.

 

 

이 둘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8분의 1달러에요.

 

 

주식 트레이더들이 이로 인해 날린 돈을 전부 합친다면 콘크리트로 대륙횡단 고속도로를 건설할 만한 엄청난 금액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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