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매크로 지표는 위안화 환율도, 미 국채 금리도 아닌 북해산 원유와 서부 텍사스산 원유의 가격차다.
두 유종의 스프레드는 5월말 배럴당 11.0달러 부근까지 벌어졌다가 어제 3.5달러까지 줄어들었다.
스프레드의 움직임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쉐일 오일의 증감과 쿠싱 지역의 원유 재고 증감을 따르는데, 최근 쿠싱 지역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이 건설되면서 이 지역의 원유 공급과잉이 해소됐고 WTI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쉐일 오일 생산업체들의 재무적 어려움으로 인해 작년부터 미국내 에너지 기업들의 M&A가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비우량 에너지 기업들의 회사채 스프레드는 723bp까지 높아졌다.
2016년에 유가가 20달러 선까지 하락하면서 스프레드가 1,760bp를 기록한 적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쉐일 오일 생산은 오히려 더 늘었다.
2016년의 스프레드 축소가 사우디 아라비아를 위시한 OPEC의 적극적 증산의 결과로 브렌트유가 하락했던 것과 달리 최근의 스프레드 축소는 WTI의 ‘상대적’ 강세가 원인이다.
Brent – WTI 스프레드가 다시 벌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원유 수출 증가속도가 원유 생산 증가속도를 따라잡고 있고, WTI가 오르면 수출보다 생산이 더 늘고 WTI가 하락하면 생산이 수출보다 더 늘어나는 자율조정 기능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매크로와 글로벌 주식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는 이를 네 가지로 나눠봤다.
첫째, 미국의 원유 생산과 수출이 증가하면서 미국의 경기를 뒷받침할 것이다.
미국의 GDP에서 원유가스 순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4분기 연율 -1.7%에서 2019년 2분기에는 -0.3%로 상승했다.
비에너지 순수출의 비중은 -1.9%에서 -4.9%로 높아졌다.
원유를 생산, 수출하면서 다른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줬다.
싼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은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의 경쟁력의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둘째, OPEC의 가격 결정력이 약해지면서 중동 국가들은 미국 이외의 수출처를 적극 찾아야 할 것이다.
어제 사우디 Aramco가 인도의 Reliance Industries의 지분 20%를 15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는데, Reliance Industries는 Aramco의 원유 수입을 두 배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아시아의 원유 구매자들의 협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셋째, 중동 국가들은 남아돌 것으로 우려되는 원유에서 벗어나 산업을 키워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올 초 2030년까지 4,260억달러를 투자해 16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의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건설 경기가 어려워질 때마다 때마침 중동 국가들이 오일머니를 투자하면서 중동에 진출했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익숙한 패턴이 반복될 수 있을 것도 같다.
넷째, 미국은 중동으로부터 원유 수입 의존도가 감소하면서 원유 수송로를 지키는 데 들어가는 방위비를 줄여나갈 것이다.
최근 우방들에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병을 요청했는데, 사실상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들이 수송로의 안전까지 지키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들은 호르무즈에 파병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미국의 원유생산 증가와 수출은 2014년 이후 글로벌 매크로와 주식시장에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브렌트 – WTI 스프레드 축소에서 미국 내 에너지 인프라의 확충, 미국 매크로의 달라진 구조, 중동 지정학의 변화 등을 엿볼 수 있다.
리포트 원문 link : http://hkconsensus.hankyung.com/apps.analysis/analysis.downpdf?report_idx=535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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