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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공동의 목표가 집단을 결속시킨다고 믿지만, 공동의 목표는 오히려 집단을 분열시킨다.
다트머스대학교의 심리학자 주디스 화이트에 따르면, 이런 분열을 이해하는 열쇠는 수평적 적대감이라는 개념이다.
과격한 집단과 다수 집단이 근본적인 목적을 공유한다고 해도, 전자는 후자를 사기꾼이나 배신자로 여기며 경멸하는 경우가 많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한 세기 전에 말한 바와 같이,
"매우 비슷한 사람들 간에 이질감이나 적대감이 형성되는 이유는, 바로 아주 사소한 차이 때문이다."
화이트는 도처에서 수평적 적대감을 목격했다.
청각 장애인인 여성이 미스 아메리카에 선정되자, 청각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운동가들은 청각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깬 그녀를 응원하기는 커녕 항의를 했다.
그녀가 수화를 쓰지 않고 말을 했기 때문에 진짜 청각 장애인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피부색이 비교적 옅은 흑인 여성이 한 대학의 법과대학 교수로 임명되자, 그 학교의 흑인학생연합은 그녀가 진정한 흑인 아니라며 교수 임용에 반대했다.
한 급진적인 환경운동가는 보다 주류 성향인 그리피스를 "생태계 보존 운동으로 돈이나 벌고 수익이나 올리려는 생각 없는 괴물"이라거나 "녹색운동의 고결함을 훼손하는 위협적인 존재"라고 폄훼했다.
왜 이런 적대감이 발생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화이트는 수많은 다양한 사회운동과 소수 집단을 대상으로 수평적 적대감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한 연구에서 비건(고기는 물론 우유, 달걀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 집단과 베지테리언(일반적인 채식주의자로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제한하는 사람들) 집단에게 일반 대중과 비교해서 자기 집단 구성원과 상대방 집단의 구성원을 평가하게 했다.
이때 비건이 베지테리언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은 베지테리언이 비건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의 거의 세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급진적인 채식주의자인 비건의 눈에는 주류인 베지테리언이 채식하는 척만 하는 사람들로 비춰졌다.
비건은 정말로 채식을 하는 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달걀 같은 동물성 식품도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스에서 실시한 한 연구를 보면, 가장 보수적인 정당 당원들은 자신들과 가장 유사한 정당보다 진보 정당을 더 호의적으로 평가했고, 가장 민주적인 정당은 가장 보수적인 정당보다 진보 정당을 훨씬 가혹하게 평가했다.
정통 유대교인들은 일생생활에서 교리를 따르지 않고 종교에서 규정한 휴일을 지키지 않는 세속적인 유대인 여성보다 보수적인 유대인 여성들을 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이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진정으로 믿는다면 철저히 믿으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극단적인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할수록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협하는 보다 온건한 집단과 자신을 차별화하려고 애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