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주류산업은 정부의 제도적 통제 및 보호장치 속에서 과점구조와 안정적인 성장을 나타내어 왔다.
그러나 주류 제조면허 개방, 수입관세 인하 등 정책적인 변화와 함께, 소비자 기호의 다양화, 저도주 선호 경향 등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경쟁환경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주업계에서는 지역 기반의 경쟁구도가 전국적으로 변화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맥주업계에서는 수입맥주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소규모 맥주 제조업체(수제맥주)의 진입이 기존 대기업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업체별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 주류업체로서 과거에는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던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역 수요기반을 바탕으로 양호한 채산성을 유지하던 무학과 보해양조는 2018년 들어 영업손실을 기록하였다.
시장 환경
수요 측면
주류 수요는 2010 년대 들어서 성장이 확연하게 둔화되었다.
과거에는 확고한 내수 수요기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시현하여 왔지만, 2010 년 이후에는 경제 및 인구 성장률 하락, 내수경기 둔화, 음주 자제 트렌드 등의 요인으로 뚜렷한 성숙기에 진입하였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류 출고량(주정 제외, 수입 포함)은 2010 년 343 만㎘에서 2017년 366 만㎘로 증가하면서 연평균 0.9% 성장률을 기록했다.
통계청에서 집계하고 있는 5 개 주종(소주, 탁주, 약주, 복분자주, 위스키)의 출하량 또한 2010 년 164 만㎘에서 2017 년 173 만㎘로 7 년간 연평균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종별로 소주는 출고량이 정체되고 있고, 맥주는 2016 년부터 수입을 포함한 출고량이 감소하고 있다.
2017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최대 주종인 맥주의 출고량 감소로 전체 주류 출고량(주정 제외)은 2016 년 대비 0.7% 감소하였다.
전체 주류 출고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맥주의 경우, 국산맥주 출고량은 2013 년 이후 감소하였지만 수입맥주 출고량이 2010~17 년 동안 약 7 배 성장하며 출고량 성장세를 견인하였다.
그러나, 2016 년부터는 국산맥주 감소분이 수입맥주 출고량을 상회하면서 전체 맥주 출고량이 감소하고 있다.
2017 년에는 수입맥주 출고량은 약 48% 증가하였으나 국산맥주 출고량이 약 8% 감소하면서, 전체 맥주 출고량은 2016 년 대비 2.2% 감소하였다.
전체 주류 출고량의 약 25%를 차지하는 소주는 경기변동에 비탄력적인 주종 특성상 일정한 출고량이 유지되고 있다.
업계의 지속적인 저도제품 출시로 출고량(알코올 함량 기준)은 정체되었으나, 실질적인 판매량을 나타내는 출하량은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5 년에는 과일소주가 큰 인기를 끌면서 시장이 일시에 크게 성장하였지만, 이후에는 성장률이 하락한 상태이다.
한편, 맥주와 소주를 제외한 기타주류의 출고량은 정체되고 있다.
탁주(전체 주류 출고량의 약 10%)는 2010 년 전후의 막걸리 열풍과 일본수출 증가로 출고량이 크게 성장하였으나 이후에는 수출 감소와 소맥 위주의 소비패턴 변화로 재차 출고량이 감소하고 있다.
주류 출고량 성장 둔화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경제성장 둔화이다. 주류는 일상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은 기호품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경기연동성이 높다.
소주는 저가주·국민주의 성격으로 타 주류에 비해 변동성이 낮지만, 소주를 제외한 맥주, 위스키 등은 강한 경기연동성을 나타내고 있으며, 경기 둔화와 이에 따른 소비심리 부진이 주류 출고량 성장률 둔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음은 인구구조 변화이다.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로 음주가능인구(WHO 기준 만 15 세 이상 인구)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음주가능인구 성장률은 1990 년대 연평균 1.5%를 기록하였지만, 2000 년대에는 1.1%, 2010~17 년 동안은 1.0%로 하락하였다.
현 추세대로라면 한국은 2025년 고령사회(고령인구 비중 20% 초과)에 진입하며, 2031 년 이후에는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는 주류시장의 중장기적인 성장성에 제약 요인이다.
마지막으로는 음주문화의 변화이다.
건강 중시기조 확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주 52 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폭음과 2 차 술자리가 감소하고, 혼술/홈술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음주가능인구 1 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05 년 9.6 리터에서 2017 년에는 8.6 리터로 감소하고 있으며, 도수가 낮고 음용이 간편한 맥주의 소비량 증가와 도수가 높은 위스키 등의 소비량 감소 등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둔화되는 경제성장률과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고령화는 향후의 성장 전망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또한,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와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따른 주류 수입규제의 간소화는, 수입맥주의 폭발적인 성장세에서도 나타나듯 국산보다는 수입주류에 더 큰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기적으로 국내 주류 전반의 성장성 둔화 요인을 감안하면 수요환경이 긍정적으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측면
주류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성장성 확보를 위한 설비투자를 진행하여 왔다.
이미 전국적인 브랜드 인지도와 다수의 생산거점을 보유한 상위 업체들은 확장을 자제하였으나, 신규로 시장진입을 시도하는 후발주자나 영업지역 확대를 도모하는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설비 투자에 나서 왔다.
맥주시장에서는 롯데칠성음료가, 소주시장에서는 무학과 롯데칠성음료가 설비를 확대하여 시장공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맥주시장은 오비와 하이트가 시장을 양분하던 구조에서 롯데칠성음료가 신규 진입하면서 공급이 크게 증가하였다.
오비와 하이트의 증설은 2012년 이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는 양사의 생산능력 합계가 연간 305만㎘로 이미 국내수요를 약 50% 초과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칠성음료가 2012년 맥주사업 진출을 선언하였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는 2012년 충주에 연간 생산능력 50만㎘ 규모의 맥주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였으며, 2014년 4월 충주에 맥주공장을 신설(5만㎘)하며 시장에 진입하였다.
2015년 초에는 해당 공장을 증설(5만㎘→10만㎘)하고, 2017년 6월에는 충주2공장(20만㎘)을 신설하였다.
소주시장에서는 지역 소주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하락, 지방인구 감소에 따른 소주소비 둔화 등으로, 지방 업체들의 생산거점 확보 및 점유율 확대를 위한 증설이 이루어져 왔다.
2010년대 들어 1위 업체인 하이트진로의 증설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2·3위 업체인 롯데칠성음료, 무학을 중심으로 점유율 확보를 위한 설비 투자가 이루어졌다.
롯데칠성음료(‘처음처럼’, 수도권·강원)는 수도권 이남으로의 영업지역 확대 등을 목적으로 충북 청주시에 소주 2공장을 신설하면서 생산능력이 약 50% 증가(20만㎘→30만㎘)하였다.
무학(‘좋은데이’, 부산·경남)은 수도권 진출을 목적으로 2013년 창원 2공장을 신설하고 2015년 창원 1공장을 리모델링 하였으며, 그 결과 최대 생산능력이 약 2배(15만㎘→30만㎘)로 증가하였다.
2017년 10월에는 충주에 신규 병입공장을 착공한 상태이다.
2010년 이후 7년간 주류업계의 증설 내역을 정리하면, 맥주는 약 50만㎘, 소주는 약 25만㎘의 증설이 있었다.
양 주종 모두 수요 대비 높은 수준의 설비 증설이 이루어져 공급과잉이 심화되었다.
소주보다는 맥주업계의 공급과잉이 심각한 상황이다.
맥주의 경우 2010~17년 동안 국산맥주 소비량이 약 5% 감소한 반면, 동 기간 국내 소비량(약 200만㎘)의 약 25%에 해당하는 50만㎘ 규모의 증설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국내 맥주 제조업계는 기존 설비의 가동률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다.
소주는 국내 소비량이 2010년 123만㎘에서 2017년 138만㎘로 약 12% 증가하였고, 동 기간 국내 소비량의 약 20% 규모의 증설이 이루어졌다.
대부분 업체는 꾸준한 수요 성장세에 힘입어 주력 지역에서 사업기반을 유지하면서 설비 가동률을 유지하였던 것으로 파악되나, 적극적으로
증설에 나섰던 무학의 경우 가동률이 크게 하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