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ssion Bears vs. Non-Recession Bears
아이작 뉴턴은 1720년 남해회사 주식 버블로 2만 파운드를 날린 후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측정할 수 없다(I can calculate the movement of the stars, but not the madness of men)”는 말을 남겼다.
뉴턴의 주식 투자는 왜 실패했을까?
뉴턴 시대 고전 물리학이 몇 가지 방법론적 가정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원 교수에 따르면, 첫째는 결정론에 대한 믿음이다.
즉 어떤 계의 초기조건과 그것을 지배하는 자연법칙(흔히 미분방정식으로 표현되는 운동방정식)을 정확히 알면 그 계의 과거, 현재, 미래의 상태를 모두 다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는 자연계가 거대한 기계처럼 어떤 결정론적인 질서 하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뜻한다.
둘째는 수렴과 근사에 대한 믿음이다.
나뭇잎 하나의 떨어짐이 지구와 태양간의 만유인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지 않듯이 극히 미세한 영향은 무시될 수 있으며, 또한 사물의 행동양식은 일정한 틀에 수렴하려는 경향이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자연계는 질서정연한 부분들로 구성된 매우 안정된 집합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때문에 흔히 경험하는 불규칙한 요동이나 소음과 같은 교란들은 그 효과가 매우 미약한 것으로 쉽게 간과된다.
셋째는 선형성(linearity) 사상이다.
실제로 자연계를 모델화한 수학방정식들은 대부분 비선형성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를 풀기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근사적으로 선형적인 형태로 변형하여 풀거나, 아니면 일차적으로 비선형적인 항들(가령 실제세계에서 피할 수 없는 마찰이나 소음과 같은 영향들)을 제거하고 푼 다음 비선형 항들을 선형적인 결과에 요동 혹은 섭동의 형태로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근사적으로 푼다.
그 결과 초기조건이 약간 달라지면 그 결과도 약간 달라지는 입력과 출력간의 비례관계가 형성된다.
넷째로 전체에 대한 정보는 그것을 구성하는 부분들에 대한 정보로부터 획득될 수 있으며 그래서 전체는 그것을 구성하는 부분들의 산술적인 총합과 동일하다는 믿음이다.
한마디로 전체를 이해하는 일은 그것을 구성하는 부분에 대한 정보로 충분하다는 얘기다.
가령 어떤 고체의 성질은 그것을 구성하는 원자들의 성질과 원자들 간의 결합구조로 충분히 이해된다.
이는 바로 환원론이라 부르는 과학의 전형적인 방법론이다.
그러나 실제 자연계에는 이러한 고전물리학의 방법론으로 예측 불가능한 무질서와 혼돈이 엄연히 존재한다.
한계에 부딪힌 뉴턴 패러다임은 19세기 말 맥스웰의 전자기학,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하이젠베르크의 양자역학 등에 의
해 수정되었다.
고전물리학은 현재를 알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결정론적(deterministic) 입장을 취했지만 현대물리학은 확률론적(probabilistic) 입장을
취한다.
모래쌓기 모델로 복잡계의 여러 성질을 설명할 수 있다.
1987년 뉴욕 롱아일랜드 브루크헤이븐 국립 연구소의 물리학자인 페르 박(Per Bak), 탕 차오(湯超), 커트 바이센펠트(Kurt Wiesenfeld)는 새로운 알갱이가 무작위로 꾸준히 떨어지는 모래 더미를 생각했다.
평평한 큰 탁자에 모래 알갱이를 하나씩 떨어뜨리면 처음에는 모래가 퍼지다가 조그만 더미를 만들기 시작한다.
모래 알갱이가 다른 알갱이 위에 포개지면서 모래 더미는 점점 높아지고 사방으로 완만한 경사를 만든다.
모래산이 계속 쌓이면서 사면은 점점 더 가팔라진다.
그리고 그 경사의 어느 지점이 최대 안정각을 넘어서면 산사태가 일어난다.
즉 모래더미에 어떤 조절도 하지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임계상태(critical state)가 만들어진 것이다(emergence).
페르 박과 동료들은 모래더미에 알갱이 딱 하나만을 더함으로써 모든 강도의 사태를 일으킬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때 단지 한 줌의 알갱이만이 굴러떨어질 수도 있고 어쩌면 전체 더미가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
그 경사를 아무리 상세히 조사하더라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미리 알아낼 방법은 없다.
즉 아무리 작은 동요라도 어마어마한 효과를 낼 수 있고 사소한 동요로 멈출 수도 있다.
그 시스템에 특징적인 스케일은 없다.
따라서 이 모래더미는 척도 불변(scale invariant)이다.
하지만 모든 크기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해서 그 확률까지 모두 같지는 않다.
경사에 알갱이들을 계속 더하면서 서로 다른 크기의 사태를 계속 기록하면 큰 미끄럼보다는 작은 미끄럼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실제로 전체 더미가 완전히 무너지는 사태는 드물다.
따라서 사태의 수는 관련된 알갱이의 수가 증가할수록 줄어든다.
이 관계는 특정한 수적 형태, 1/f 법칙(멱함수, power-law)을 따른다.
구텐베르크-릭터 법칙(Gutenberg–Richter law)과 같다.
미 증시 급락과 장단기 금리차 축소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핵심은 최근의 주가 하락이 경기 침체와 연관되었는지(recession bears) 아닌지(non-recession bears)의 여부다.
비관론은 1) 5년-3년, 5년-2년 국채수익률 역전을 10년-2년 수익률 역전의 전조로 인식한다.
2) 1950년대 이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9번 중 8번의 사례(66년 예외)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3)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은행 수익성 악화 → 신용 창출 부진 → 내수 둔화 경로 등으로 설명한다.
낙관론은 1) 중립금리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하락해 낮은 물가와 금리수준이 뉴노멀이 되었다고 본다.
또한 2) 금융규제 강화, 글로벌 과잉 저축, 고령화에 따른 장기채 수요 증가와 주요국 양적완화의 결과 기간 프리미엄이 마이너스권에 머물면
서 저금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과거 경기 침체기에는 장단기 금리 역전에도 기간 프리미엄이 제로 수준이었다.
즉 이례적 저금리 상황에서 장단기 금리차 축소를 경기 침체의 전조로 보기에는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연준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시장 위험신호 및 경제지표 둔화에 대응해 추가 금리인상을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과 장단기 금리차 역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예정된 금리인상 스케줄을 이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혼재하고 있다.
이렇듯 주식시장은 질서와 무질서 사이 혼돈의 가장자리(edge of chaos)에 있다.
커다란 재앙적 사건의 발생을 막아도 사소한 사건들의 연쇄반응이 위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
모래더미에 비유하면 사태가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누구도 결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이 경우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뉴턴 패러다임에서 벗어난다.
경제학자의 성장률 전망, 기상학자의 날씨 예보, 지진학자의 지진 발생 예측이 틀리는 이유는 단순한 법칙과 논리, 수학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결정론, 수렴과 근사에 대한 믿음, 선형적인 사고, 부분으로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환원주의를 탈피해야 한다.
다음으로 모래 알갱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주의해서 지켜본다.
각각의 모래알은 서로 맞물려 셀 수 없이 많이 결합돼 있다.
모래더미가 더 이상 높아지지 못할 수준에 도달할 때 그 모래더미는 임계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금방이라도 급변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모래 알갱이들이 모두 떨어질 수 있는 데까지 다 떨어지고 나서야 모래 사태는 멈춘다.
붕괴로 모래더미의 형태가 평평해졌다면 그 더미는 임계치 이하로 내려간 상태다.
다시 모래가 더해지면서 경사는 다시 올라간다.
즉 하락이 시작되면 산사태가 멈출 때까지 기다린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실제로 큰 위험이 아니더라도 시장은 이를 경기 침체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로 주식비중을 축소하고 채권과 현금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다.
주가 하락 자체를 매도 시그널로 해석하는 세력도 있다.
추세 추종(trend following) 퀀트 펀드는 S&P 500 지수의 200일 이동평균선 하회 등을 이유로 500억 달러 가량의 매도 물량을 출회했다.
내년 미국 경제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급격한 경기침체보다 완만한 둔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주가 반응이 과도하다고 해서 섣불리 매수한다면 떨어지는 칼날에 손이 베일 수 있다.
여전히 모래 사태는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펀더멘털은 견고"하다는 생각 자체도 의심해봐야 한다.
3분기 GDP는 과거 데이터다.
궁극적으로 복잡계 시각으로 주식시장에 접근하려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해 초기 조건에서 이를 파악하고 설정한 시나리오대로 투자를 실행해야 한다.
쉽게 말해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초기값을 포착하는 전략이다.
게임의 룰이 변할 때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포지션을 취하는 조지 소로스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역사와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 개념이 중요하다.
복잡계 경제 시스템의 균형상태는 여러 개 존재할 수 있는데 시스템의 진화방식은 초기 상태에 의존해 상이한 경로를 취한다.
일단 어느 경로에 들어서게 되면 다른 경로로 옮기기 어려운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금 작거나 일상적인 결정이 미래에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슘페터가 그의 경력 마지막에 쓴 글에서 다음과 같이 충고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않다.
"역사적 사실을 적절히 이해하지 못한 사람, 적당한 양의 역사적 감각, 또는 역사적 경험이라고 부를만한 것을 지니지 못한 사람은 어느 누구도 현재를 포함한 어떤 시대의 경제적 현상도 이해하리라 기대할 수 없다."
리포트 원문 link : http://hkconsensus.hankyung.com/apps.analysis/analysis.downpdf?report_idx=50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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