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7년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물가상승률 하락세
현재 미국은 경기호조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실업률은 3.6%까지 하락하는 등 경기는 호황국면이나 연준의 통화정책 근거로 사용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 상승률이 2%에 못 미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그림 1].
경기확장국면에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연준은 올해 3월 FOMC를 통해 물가 안정에 대해 보다 유연한 접근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의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물가상승률 목표치 상향조정(raising inflation targeting), 물가수준목표제(price-level targeting), 평균물가목표제(average inflation targeting) 등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해설도우미 참고).
이러한 연준의 물가정책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는 처음이 아니다.
연준은 2017년 3월 FOMC 성명서를 통해 ‘대칭적 물가목표(symmetric inflation goal)’를 추구하겠다고 밝히며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을 일정기간 용인하겠다는 의지를 표한 바 있다.
이 시기에도 저실업률과 저물가 현상이 동반되며 물가가 통화정책 정상화 논의의 중심에 놓여 있었다.
통상 경기 확장 국면에서 고용이 개선되면 물가가 상승해야 하는데 고용과 물가 간의 디커플링 현상이 지속된 것이다.
이 영향으로 연준이 2017년 6월 FOMC를 통해 물가와 실업률 전망치를 동시에 하향조정하는 모습도 연출되었다.
2017년 6월까지만 해도 옐런 의장은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를 일시적 현상을 본다는 견해를 되풀이했다.
통신요금, 의약품 가격이 일시적으로 크게 하락한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둔화가 나타났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일시적 요인들이 소멸되고 난 뒤에도 물가상승률이 크게 반등하지 못하면서 물가상승률의 구조적 하락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한편 2018년 고속 성장국면에서 헤드라인 소비자물가 지수가 연 2.9%까지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시화되는 듯 했다.
2018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연준이 통화정책 근거로 사용하는 PCE 근원 물가도 2%에 도달했다.
경기 확장국면은 지속되었으나 PCE 근원 물가는 연말부터 하락세를 나타내다가 지난 3월 1.6%에 상승에 그치며 연준의 목표치에 크게 미달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파월 의장은 지난 5월 FOMC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저물가 현상은 대체로 의류비, 항공료 및 투자자문 서비스 비용 하락 등의 일시적인(transitory) 요인이 반영된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탄탄한 노동시장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PCE 근원 물가 회복을 이끌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림 3]에서 보듯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는 이미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물가상승률 둔화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이는 곧 저물가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인다.
우리는 이번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이 저물가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적 추세가 될 것임을 알리는 시그널로 판단한다.
2. 디플레이션 압력은 장기적 추세
이번 저물가 현상의 장기화 배경에는 1) 미국경제의 저성장 국면, 2) 수입물가 하락세, 3) 전자상거래 발달과 같은 상품과 서비스의 혁신 등의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한다.
먼저 미국경기는 1분기 서프라이즈 성장을 뒤로하고 저속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미국 GDP 성장률은 재고 축적과 무역수지 개선 효과로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3.2%를 기록했다.
이러한 일회성 요인이 2분기부터 소멸되면서 다시금 투자가 이끌고 소비가 뒷받침되는 경기 모멘텀이 형성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는 올해 연간 2.5% 성장하겠으나 경기 확장세는 연말에 접어들 수록 점차 둔화될 것으로 판단된다[그림 3].
이러한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산출갭이 2019년 3분기 이후 마이너스 전환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압력은 둔화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2019년 하반기를 지나 2020년까지 산출갭의 마이너스 폭이 재차 확대되면서 낮은 물가상승률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더불어 지난해 나타났던 수입물가 하락세 역시 핵심 소비자물가 상승의 둔화를 나타낸다.
통상 수입물가는 핵심 소비자물가에 18개월 가량 선행하는데 이 영향이 반영되면 2020년까지 핵심 소비자물가 하락 압력이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그림 5].
게다가 올해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수입물가의 추가적인 하락이 예상되고 있어 디플레이션 압력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디플레이션 압력 강화에는 전자상거래와 같은 상품과 서비스의 혁신 등의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다.
이른바 ‘아마존 효과’로 아마존과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거래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이 제공됨으로써 물가가 하향안정화 되는 것이다.
이는 1990년대 인터넷 등의 IT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성 증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았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또 FDA의 복제약 승인으로 처방약 등의 헬스케어 가격 상승률이 예전만큼 높게 유지되지 않는 다는 점 또한 물가 하락에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상품과 서비스 부문의 혁신이 거듭날 수록 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차 약화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무역분쟁과 같은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을 유발하는 요인까지 확대되면서 디플레이션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연준은 물가안정목표제 운영방식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브레인야드 연준 이사는 평균물가목표제를 포함해 1~2년물 금리통제까지 정책대안으로 언급한 바 있다.
연준 통화정책 패러다임이 큰 전환기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리포트 원문 link : http://hkconsens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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