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은 미국 경제에 큰 의미가 있다.
2009년 6월 경기 저점을 찍은 이후 정확하게 120개월이 되는 달로서 미국 역사상 가장 긴 호황 기록과 같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1854년 이후 현재까지 최장 호황 기록은 1991년 3월을 저점으로 하고 2001년 3월을 고점으로 하는 120개월이었다.
특별한 이변이 있지 않는 한 미국의 이번 경기확장국면은 사상 최장 기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120개월 호황과 2010년대 120개월 호황은 많이 다르다.
1990년대는 세계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 소련의 붕괴, 중국의 자본주의 세계경제 편입과 미국에서 시작된 컴퓨터, IT 기술혁신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넘치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120개월째 호황이지만 미국과 몇몇 신흥국을 제외하면 희망을 얘기하는 곳은 거의 없다.
[그림1]에서 보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측정하는 VIX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와 2010년대 10년간 VIX 평균은 18.6포인트와 18.5포인트로 거의 같다.
1990년 VIX가 처음 산출된 이후 지금까지 평균값은 19.2포인트인데, 호황 시기에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낮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변동성의 변동성에는 큰 차이가 있다.
1990년대 변동성의 표준편차는 5.9포인트였지만, 2010년대는 7.6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1990년 이후 전체 기간 변동성의 표준편차는 7.8포인트다.
경제는 호황이고 평균적으로 세상은 평온했다.
그러나 1990년대 10년간 주식 투자자들이 행복했다면 최근 10년간 주식 투자자들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그림2]는 2010년 이후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별도로 표시한 것인데, 이 기간 변동성 상위 10%인 24.4포인트 이상인 시기를 음영으로 표시했다.
[그림2]의 음영 시기가 1990년대와는 달리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현상인데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보통 주식시장의 장기간 강세장에서는 경제지표가 좋아서 투자자들은 경제지표와 미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에만 신경쓴다.
1990년대가 그랬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투자자들은 경제지표를 보지 않고 각국의 정치 일정과 지정학적 위험을 본다.
2010~11년에는 재정위기에 빠진 유로존 국가들의 총선일이 몇 일이고 EU 정상회담, 독일과 프랑스의 정상회담이 몇 일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현재 미중 무역갈등의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해서도 안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가가 높을 때는 최대한 강공으로 나가고, 그러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또 쉽게 타협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국과 중국이 마지막 협상을 시도하게 될 6월 말 오사카 G-20 정상회담은 경우에 따라서는 극적인 타결이 될 수도 있고, 지난번 하노이 회담처럼 미중 양국이 협상을 파기할 수도 있다.
이번에 협상이 파기된다면 내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 때까지 그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2012년 이후 평온한 시기가 이어지다가 2015년말 극우파가 득세하기 시작하면서 2016년 유럽 각국의 선거일정, 브렉시트 투표일, 미국의 대통령 선거일에 긴장했다.
그리고 지난해 4월부터는 주식 투자자들이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언제부터 몇 %나 부과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림3]에서 보듯이 2010년대 전반 5년간은 주로 유럽에서 정치나 지정학적 문제가 생기면서 나타난 유로화의 변동성이
주가지수의 변동성을 설명한다.
2015년 여름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하면서 환율전쟁에 나선 이후 지금까지의 기간은 중국 위안화의 변동성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설명한다.
이렇듯 경제지표와 미연준의 금리정책이 주가지수의 변동성을 설명하지 못하게 되면서 주식시장을 경제로 설명하는 이
코노미스트의 역할이 현저히 줄어들고 정치와 지정학 전문가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펀드매니저들이 펀드성과를 고객에게 설명할 때도 자신들의 전문 영역인 개별종목 얘기가 의미 없어지고, 자신들에게는 생소한 정치와 지정학 얘기를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공모 주식형펀드를 외면하는 현상이 가속화됐다.
이제 주식 간접투자도 전세계적으로 공모 주식형펀드보다는 ETF와 사모펀드, 헤지펀드 중심으로 바뀌었다.
개별종목 얘기보다 매크로 얘기가 더 통하다보니 ETF가 커졌고, 정치와 지정학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다면 주식편입비중 조절 밖에 못하는 공모 주식형펀드보다는 편입상품과 전술에서 다양한 운용이 가능한 사모 및 헤지펀드가 유리하다.
경제지표는 아주 규칙적이지는 않지만 사이클이 있다.
경제가 좋아지기 시작하면 웬만해선 나빠지지 않고 나빠지면 웬만해선 좋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펀드매니저들은 경제의 확장과 수축국면의 지속기간이 꽤 길다는 것을 이용해 주식 편입 비중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됐다.
그러나 2010년 이후 경기사이클이 희미해지고 저성장이 일반화된 이후 더 이상 경기 사이클에 의존한 주식 편입비중 조
절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전통적인 위험관리 방법을 적용하면 성과를 더 높일 수 있다.
2010년 이후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이벤트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주식 편입비중을 조절하는 것 자체가 극히 위험한 행동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협상이나 브렉시트 투표 등은 타결되거나 결렬되는 이진법 성격이고 합리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 편입비중은 그대로 유지한 채로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채와 유로화를 위험관리 기법으로 쓸 수
있다.
주식이라는 위험자산을 가졌으니 변동성이 커졌을 때 주식에 불리한 이벤트의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서 미국채 매
수(Long), 혹은 유로화 공매도(Short) 포지션을 같이 갖는 것이다.
[그림4]는 1)주식만 편입한 경우, 2)주식은 1)과 같고 VIX가 24.4 이상일 때 미국채 매수하는 경우, 3)주식은 1)과 같고
VIX가 24.4 이상일 때 유로화 공매도한 경우를 비교한 것이다.
매수한 미국채와 공매도한 유로화 포지션을 정리하는 시점은 VIX가 24.4 이하로 10일 연속 하락했을 때로 설정했다.
주가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하면 VIX는 곧바로 작아지지만 미국채와 유로화는 한동안 더 가던 길을 가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충분히 안정되고 미국채와 유로화 포지션을 정리해도 된다.
이들의 연평균 투자수익률은 각각 10.4%, 13.1%, 12.3%이다.
리포트 원문 link : http://hkconsensus.hankyung.com/apps.analysis/analysis.downpdf?report_idx=52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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