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내 구조적 물가 하락 사이클 국면
2012년 이후 국내 물가는 한국은행의 목표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하회하는 구조적 저물가 국면에 위치해있다.
실제 2013년 이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에 불과해 이 기간 평균 목표 인플레이션인 2.5%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표 1>.
특히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중국발 부채리스크라는 경기충격과 함께 유가 폭락까지 겹치며 공급측 충격이 중첩된 시기로 저물가 국면 진입의 서막을 알렸다.
이후 2019년들어 평균 물가상승률이 0.6%에 그치며 목표 인플레이션을 1.5%p 하회하는 부진한 물가 압력에 계속해서 노출되는 흐름이다.
한국은행도 제한적 물가 상승압력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내비치는 모습이다.
5월 말 금통위에서도 물가 전망에 대한 하방리스크가 높아졌음을 명시했다.
실제 매 분기 초마다 발표되는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을 살펴보면 2012년 이후 소비자 물가에 대한 전망치가 꾸준히 하향 조정되는 흐름을 보였다[그림 2].
이미 2019년에 대한 물가 전망을 크게 하향 조정한 가운데 물가 하락압력이 지속된다면 7월 수정경제 전망을 통해 한차례 더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물가 하락압력이 높아지면서 과거와 같이 상승하는 물가를 끌어내리는 통화 정책보다 물가를 끌어 올리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더 요구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구조적 저물가는 비단 한국은행만의 고민은 아니다.
미국도 경기호조에도 불구하고 연준 역시 물가상승률 목표치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실업률은 3.6%까지 하락하는 등 경기는 호황국면이나, 연준의 통화정책 근거로 사용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 상승률이 2%에 못 미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그림 3].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도 기준점 0을 하회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등 인플레이션이 시장의 기대를 하회하고 있다[그림 4].
이러한 저물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책으로 현재의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물가 상승률 목표치 상향조정(raising inflation targeting), 물가수준목표제(pricelevel targeting), 평균물가목표제(average inflation targeting) 등 다양한 방식의 통화정책 목표 변경을 논의하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 패러다임이 큰 전환기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2. 깊어지는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 대한 고민
이러한 저물가 흐름이 이어지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당장 물가에 대한 하락압력을 제외하고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구간이다.
이에 따라 경기 전반에 대한 컨센서스가 하락하면서 심리도 매우 불안정해지는 상황이 상반기 내내 펼쳐 졌다.
수출 중심의 성장모델을 가지고 있는 국내 경제구조상 수출부진은 결국 내수위축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경기 모멘텀이 크게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이미 2018년부터 잠재성장률을 본격적으로 하회한 가운데 2020년까지 이러한 경기 수축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그림 5].
국내 경기순환 사이클 상으로도 2018년 하반기부터 추세를 하회하는 성장률이 지속되는 모습이다[그림 6].
2019년 3분기 일시적으로 추세를 상회할 전망이나, 이후 재차 하락해 2020년 말까지 부진한 흐름이 예상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4월 국내 경기선행지수도 하락세가 일단락 됐지만, 세부지표인 주가지수와 소비자 심리지수, 장단기 금리차가 5월들어 악화되며 뚜렷한 반등을 확인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미약한 국내 경기의 회복세를 반증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하회하는 부진한 경기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약한 경기회복 강도는 물가 상승압력을 낮춰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물가의 경우 전술한 경기부진에 따른 수요측 물가부진 이외에도 1) 공급측 충격, 2) 인구구조의 변화, 3) 유통구조의 변화 등 구조적으로 물가를 낮추는 요인들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낮아진 물가가 일시적인 요인이 아닌 장기적 추세가 될 수 있음을 염두 해야 한다.
물론 하반기 근무시간 축소,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대중교통 요금 인상, 국제유가 상승과 유류세 인하조치 종료(8월) 등의 일부 상승 요인이 있다.
다만 여전히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낮은 가운데 이러한 부분이 반영된 물가수준도 목표 인플레이션은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물가 하락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디플레이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통화량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물론 최종수요가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통화량 증가는 자산가격 버블만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수요회복
을 위한 노력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2% 초반까지 하락한 기대인플레이션은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물가로 과도하게 높아진 실질금리 역시 저축률을 높여 총수요를 억누를 수 있다.
국내 저축률은 2018년 3분기 이후 2분기 연속 하락하는 추세긴 하지만, 이는 가처분소득 증가율 둔화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실제 저축이 감소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실질금리를 낮추고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여력이 많이 확보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먼저 대외 통화정책 환경의 변화다.
2018년만 하더라도 긴축적 스탠스가 강했던 주요국 중앙은행이 2019년 상반기들어 완화적으로 선회했다.
지난 주에는 시카고 통화정책 포럼을 통해 연준 파월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ECB 역시 TLTRO3를 9월부터 시행할 것을 밝혔다.
미중 무역분쟁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게 될 중국 역시 5월부터 유동성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대내외 금리차 축소에 따른 자금유출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상황이다.
다음은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금융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필요성 역시 크게 경감된 것으로 판단된다.
2019년 1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540조원으로 전기비 0.2% 증가하는데 그쳤다.
정부와 통화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이 효과가 확인되는 구간이다.
물론 가계대출 증가율 둔화보다 가계소득 증가율 둔화가 더 가파르게 진행된 점은 부담요인이지만, 저물가 인식 확산은 향후 내수 부진을 보다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정책 대응을 통한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는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여력 외에도 경기측면에서 통화완화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GDP 성장률 둔화보다 더 큰 우려는 국내총소득 감소에 따른 내수부진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기구조 상 교역조건이 중요한데 통상 국제유가 하락이 수입물가 안정화로 이어지며 교역조건이 개선되는 흐름이 확인되곤 했다.
실제 2015~2016년의경우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하며 교역조건이 개선됐고 이는 국내 실질소득 상승으로 이어져 2017년 경기회복을 이끌었다.
그러나 2018년들어 이러한 교역조건이 재차 악화되면서 실질소득 감소가 내수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확인되고 있다[그림 11].
당장 추가적인 유가 하락이 제한된 상황에서 교역조건이 개선되길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따라서 내수소비 진작을 위한 자산효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의 소비경기 회복이 부동산과 주식시장 활성화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점에서 저금리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이
있다[그림 12].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이다.
여기에 저물가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더 이상의 정책혼선은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주 5월 금통위에서 출현한 금리인하 소수의견은 긍정적이다.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금리인하를 고려해 볼 시기이다.
리포트 원문 link : http://hkconsens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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