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E신용평가에서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리포트가 나왔다.
아래는 summury 부분이다.
인플레이션 논쟁의 배경
‘기저효과’로 인해 2021년 중순에는 미국 물가상승률(CPI 상승률 기준)이 2.0%를 상회하여 2.5%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기에 원자재나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경우 2.5%를 상회하여 3.0%에 육박하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더불어, 재정적자를 조달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국채발행이 증가하면서 장기금리가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주가지수 급등이 낮은 물가상승률과 극단적인 저금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금융시장 투자자 입장에서 2%가 넘는 물가상승률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공포일 수 밖에 없다.
중앙은행이 장기금리 상승을 막으려고 시도하겠지만, 궁극적인 성공 여부는 결국 인플레이션 추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2021년 하반기에도 인플레이션이 모멘텀을 가지면서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금융시장이 저인플레이션-저금리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너무 강하게’ 확신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이러한 전망’이 급격하게 조정되는 시기에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최근 미국의 장기금리가 다소 상승하기는 했지만, 아직 10년 만기 국채 기준으로 Term Premium은 역사적 평균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2013년 Taper Tantrum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 동안 과도하게 낮아져 있던 채권시장의 Term Premium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 만으로도 장기금리의 급등과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
‘인플레이션 복귀’ 주장의 논리와 근거
‘화폐수량설’, 이제는 작동할 것. ‘인플레이션 복귀’ 진영에서 제시하는 첫 번째 논리는 화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화폐수량설’에 따라 물가가 상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2008년 이후의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에서는 풀린 유동성이 은행들의 초과 지급준비금으로 흡수되면서 실물경제에 유입된 유동성이 매우 적었던 반면, 이제는 통화정책 완화와 재정확대가 동시에 진행되어 실물경제에 유동성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중앙은행의 변절과 인플레이션 Tax의 부활. 두 번째 논리는 중앙은행이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한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상황은 ‘물가안정’이라는 추상적인 목표 보다는 고용시장을 회복시키고 실업률을 낮추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과제가 보다 급박하기 때문이다.
2006년 일본 중앙은행의 섣부른 통화긴축이 미약하게나마 반등하고 있었던 경기를 다시 침체로 몰아 넣었다는 반성, 그리고 정부부채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이유 등도 제시되고 있다.
특히, 선진국의 정부부채가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2차 대전 이후 영국이 GDP 대비 256%까지 증가했던 부채문제를 인플레이션을 통해 해결한 사례는 많은 함의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가운데에서도 미국과 선진국의 중앙은행은 의도적으로 정책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장기금리는 정책금리 보다는 물가상승률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수익률 곡선(Yield Curve)가 빠르게 가팔라진 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투자자를 비롯하여 Inflation Protection이 어려운 금융자산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는 재앙과 같은 상황이며, 정책 변화나 위험에 민감한 부자들이 금이나 Bitcoin과 같은 대체 화폐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이다.
노령화와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후퇴. 1980년대 이후 진행된 인구학적 변화, 즉 동구권과 중국이 글로벌 시장경제에 편입된 것이 노동자의 협상력을 약화시켜 낮은 임금상승률과 저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으며, 중국의 높은 저축률로 인해 글로벌 경제의 실질금리도 낮게 유지되면서 저금리 상황이 유지되었다는 것이 이 진영의 분석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1980년대 이후 진행된 상황이 오히려 반전되는 ‘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이 진행되면서,1990년 이후 선진국에서 사라졌던 Wage push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나고, 투자가 저축을 초과하면서 실질금리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진영이 전망하는 ‘고인플레이션-고금리, 실질 금리의 상승’으로 특징지어지는 새로운 시대에서는 그 동안 과도하게 높아진 부채를 해결해야 한다는 난제가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론과 쟁점 : 일본의 사례에 대한 해석과 그 함의
‘인플레이션 복귀’ 진영의 주장과 논리들이 많은 생각할 점을 던져주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의 컨센서스라고 하기는 어렵다.
아직 경제정책 당국과 대부분의 경제기관에서는 2.0% 내외의 물가상승률을 전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복귀’ 주장에 대한 가장 첫 번째 제기되는 반론은 유휴 인력과 유휴 생산설비가 넘쳐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2%를 크게 상회하는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높아지더라도 높은 실업률로 인해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의 구조적인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반대 진영의 주장이다.
두 번째 제기되는 반론은 일본의 아베노믹스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재정지출 확대와 극단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
이 꼭 높은 물가상승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베노믹스는 아예 물가상승률을 2 ~ 3%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었고, 이를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무제한적인 금융완화를 통해 중앙은행이 대규모로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재정적자를 조달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 결과 물가상승률이 어느 정도 높아지면서 디플레이션 상황은 벗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원하는 수준의 임금 인상이나 인플레이션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여전히 1%를 하회하는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
세 번째 반론은 노동가능인구 감소가 반드시 ‘인플레이션의 복귀’로 이어지지 않으며, 고려해야 할 다른 많은 요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역시 일본의 사례를 보면, 노동가능인구의 감소가 임금인상으로 이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내수경기 둔화와 노동수요 감소로 이어져 낮은 임금 상승률과 저인플레이션 지속을 낳았다.
일본의 사례를 어떻게 해석할 지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결론 – 세 가지 시나리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은 일반적인 경제상황에서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기조가 평화 시에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인구학적 변화와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추세 등도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도한 단순화의 위험을 감수한다면, 다음의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다른 두 공포스러운 시나리오의 중간에 있는 가느다란 경로를 따라 조심스럽게 운행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골디락스 시나리오’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이 통제되어 경기가 회복된 이후 글로벌 경제가 이전의 성장경로로 점차 복귀하고, 2.5% 내외의 물가상승률이 유지되는 시나리오이다.
장기금리는 양적 완화와 Yield curve control을 비롯한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너무 높지 않게 관리되며, 이에 힘 입어 선진국 정부의 GDP 대비 이자비용은 크게 증가하지 않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안정화되며 점진적으로 하향 추세를 보인다.
인플레이션을 너무 높지도 않게, 그리고 너무 낮지도 않게 관리하면서 성장경로와 낮은 장기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이 시나리오의 관건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글로벌 경제의 일본화”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일본의 사례에서와 같이 재정지출 확대와 완화적 통화정책이 성장률을 회복시키고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데 실패하게 된다.
코로나19의 충격 이후 글로벌 경제의 성장경로가 구조적으로 낮아지며, 노동시장은 거의 회복되지 않거나 매우 느리게 회복되고 고용의 질은 점차 낮아진다.
유럽인과 미국인들은 일본인들 만큼 순종적이지 않기 때문에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고 Populist 정치인의 인기가 더욱 높아진다.
정치권에서는 재정지출을 더 확대하고, 중앙은행이 통화를 더 풀어야 한다고 소리칠 것이다.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앙은행과 재무부는 자신들의 무기(통화정책과 재정정책)들이 무력하다는 것을 깨닫지만 마땅히 다른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Goodhart와 Pradhan 그리고 Siegel이 전망한 세상이며, “70년대로의 회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나리오의 가장 큰 특징은 70년대와 같은 경제변수의 높은 변동성이다.
기본적으로 임금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물가상승률이 치솟고, 저축이 감소하면서 실질금리가 상승하는 세계이다.
때로는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큰 폭으로 상회하면서 실질임금이 상승하고 소비와 투자가 크게 증가하겠지만, 갑작스럽게 물가는 치솟는 가운데 성장률은 하락하는 상황으로 반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1990년대 이후와 같은 안정적인 거시경제 환경과 성장이 지속되는 경제환경과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70년대와 가장 큰 차이는 부채 문제일 것이다.
높은 실질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 모두 한동안 이자비용 부담에 허덕일 것이며, 이것이 성장경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중앙은행은 이자부담 완화를 위해 정책금리를 낮게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통화긴축을 할 것인가 사이에서 계속해서 갈등할 수 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골디락스 시나리오’에 가까운 상황이 현실화된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만일, ‘글로벌 경제의 일본화’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우울하겠지만, 그 세계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 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가장 미지의 영역은 세 번째 시나리오, 즉 “70년대로의 회귀"일 것이다. 이 시리즈의 다음 리포트에서는 1970년대의 경험을 중심으로 ‘70년대로의 복귀’ 시나리오에 대해 좀 더 탐색해 보도록 하겠다.
* 리포트 전문 읽을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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