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지난 2018년 9월 19일 남북 두 정상은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하였다.
이번 「평양공동선언」은 지난 4월 「판문점선언」의 “남북관계의 전면적·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에 관한 내용을 구체화 한 것으로 이중 남북경제협력 방안을 더 구체화 하였다.
이에 남북은 10월 15일 “9월 「평양공동선언」이행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조명균 통일부장관 vs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개최하여 다양한 경제교류 및 사회 협력 방안을 확정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시간 계획표까지 합의하였다.
그러나 이번 남북고위급회담의 합의 내용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무력 도발에 대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와 미국의 양자제재가 작동하는 가운데 이번 합의의 핵심 내용인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이 대북제재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2018년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남북경제교류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최근 남북고위급회담의 합의 내용의 의미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의 관계를 통해 예상되는 논란과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남북경제교류에 대한 주요 합의 내용
(1) 4.27 「판문점선언」
4.27「판문점선언」제1조는 “남북관계의 전면적․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에 관한 내용”인데, 그중 제6항은 “10.4선언 합의 사업 추진과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추진에 관한 내용이다. 「판문점선언」이후 남북은 가장 먼저 남북간 경제교류협력을 위해 철도․도로․산림협력 분과회의 개최를 합의하였고,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철도협력(6.26), 도로협력(6.28), 산림협력(7.4)을 위한 회의를 확정하였다.
주요 합의내용은 아래 [표 1]과 같다.
(2) 9.19 「평양공동선언」
9.19「평양공동선언」은 지난 「판문점선언」보다 남북경제협력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하였다.
두 정상은 합의문 제2조에서 남북경제 협력의 목표를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두고, 모두 네 개항의 경제협력을 합의하였다.
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 거행(2018년) ②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③ 남북환경협력 및 산림분야 협력 ④ 전염병 방지를 위한 방역 및 보건과 의료분야 협력 등에 합의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월 15일 개최된 “9월「평양공동선언」이행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은 지난 두 번의 정상회담의 결과를 구체적인 실행으로 옮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남북은 이 자리에서 경제 분야 협력을 위한 세 개 항의 합의문을 도출하였다.
① 남과 북은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11월말-12월초에 진행하고, ② 남과 북은 소나무 재선충 방제, 양묘장 현대화와 자연 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산림협력분과 회담을 10월 22일 진행하며, ③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방지를 위한 남북보건의료 분과회담을 10월 하순경 진행 하는 등의 사항에 합의하였다.
3. 대북제재의 현황과 제재 위반 논란
(1) 유엔안보리와 미국의 대북제재 현황
2006년 이후 현재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유엔안보리결의 (UNSCR: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는 총 10차례 채택되었으며, 2016년 4차 핵실험 이후 유엔대북제재의 초점은 대량살상무기의 이전통제에서 북한 경제 일반에 대한 제재로 바뀌었다.
2016년 이후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의 주요 내용은 아래 [표 2]와 같다.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외에도 미국은 2016년 4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해 2건의 행정명령(13722호, 13810호)과 2건의 제재법(「대북제재 강화법」, 「미국의 적국에 대한 제재법」)을 통해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D. Trump) 미 대통령은 2017년 9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제재가 가능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내용으로 하는 「행정명령 13810」에 서명함으로써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높였다.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의 주요내용은 △북한의 건설․에너지․금융서비스․어업․정보기술·제조업·의료․광업․섬유 ․운송 관련자 △북한의 항구·공항·육로출입구 소유․통제․운영 관련자 △ 북한 정부 또는 노동당을 위한 수익 창출활동 관련자 △ 북한과 상품․서비스․기술 수출입 및 북한 해외 노동자 송출 관련자 △ 제재 대상을 위해 금융․물품․기술․서비스 지원 및 후원 관련자 △북한 기항 선박․항공기의 180일간 미국 입항․기착 금지 △제재 대상을 대신해서 거래하거나 북한과 거래한 금융기관 제재 등으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와 중복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2) 남북경제교류의 대북제재 위반 논란
그동안 남북경제교류와 관련된 합의 중 우리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둔 사업은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과 현대화 사업이다.
그 결과 이를 둘러싼 대북제재 위반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직접적인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다.
유엔 대북제재 2397호의 제7조는 산업용 기계류, 운송수단, 철강 및 여타 금속류의 북한에 대한 직·간접 판매 및 이전을 금지하고 있으며, 또한 미국의 「행정명령 13722호」와 「13810호」는 북한의 운송 및 건설관련자에 대해 포괄적 대북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금지품목의 북한 반입 우려와 함께 운송수단의 핵심인 철도 및 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남북협력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대북제재 위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둘째, 한미 간의 남북교류를 둘러싼 이견에 대한 우려이다.
우리 정부는 남북합의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틀을 지켜나가면서 조속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파이낸셜 타임스 등 주요 해외 언론들은 대북제재를 둘러싼 한미간의 이견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재무부는 지난 9월 20~21일 국내의 주요 국책 및 시중은행과 직접 전화회의를 개최하여 “대북제재 위반과 관련하여 불필요한 오해
를 야기하지 말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셋째,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여야 간의 이견이다.
정부는 지난 9월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소관위에 접수한 상태이며, 함께 첨부된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2019년도 철도·도로협력, 산림협력 등에 2,986억원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적시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박선숙 의원 등 10명의 의원이 판문점 선언지지 및 국회 비준 촉구 결의안을 소관위에 제출한 상태이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비핵화의 진전 없이 막대한 비용이 드는 판문점선언 비준에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국회 차원의 초당적 협력이 무산될 수 있는 우려가 존재한다.
4. 시사점
남북경제협력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지만, 대북제재의 유예 및 완화 없이는 철도·도로연결 등 경협 사업 자체가 어려운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유엔안보리 결의안 2397호(2017)는 대북제재의 이행과 관련하여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모든 회원국들에게 제재이행 의무를 부과한 집행의 ‘강제성’이다.
둘째, 북한의 비핵화 준수(compliance)여부에 따라 제재위원회가 필요 시 어떤 조치도 예외와 해제가 가능하도록 하여 적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경협의 성공을 위해 제재집행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제재 적용의 ‘유연성’을 적극 활용하여 먼저 북한의비핵화 준수의 수준과 범위에 대한 한미 간의 공통된 인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