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에서 G1 으로
1770년 이래로 다섯 번의 기술혁명이 있었다.
1) 영국을 세계 패권국으로 만든 역사상 최초의 산업혁명,
2) 기업가 중산층을 형성한 증기·철도 혁명,
3) 독일·미국의 부상과 국제 교역을 가능케 한 강철·중공업 혁명,
4) 포드 모델 T와 함께 자동차/고속도로·석유/플라스틱·전기의 일반화에 성공한 미국의 대량생산 혁명,
5)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탄생으로 시작된 ICT 혁명이다.
기술경제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반복되는 규칙이 있다.
각 시기는 명확한 두 단계 즉 장착(installation)기와 배치(deployment)기로 구분되며 그 사이 거품이 붕괴되거나 경기가 침체되는 전환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장착기는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는 격동의 시간이다.
격렬한 경쟁과 자유방임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이다.
금융자본은 기업이 신기술의 거대한 잠재력을 탐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며 인프라 과잉투자를 유발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확산은 구기술의 대대적 대체로 인해 신산업과 구산업 간 소득양극화로 이어진다.
디트로이트 파산과 실리콘밸리 테크 붐의 대비는 석유·자동차 시대에서 ICT 시대로 이행하는 장착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옛날 방식을 폐기하고 새로운 방식을 옹호하는 자유시장은 경제적 불안정을 야기한다.
금융자본은 점점 더 투기적으로 변해 마침내 생산에 대한 투자를 벗어난다.
주식시장의 종이경제는 결국 재화·서비스의 실물경제를 이탈해 자신이 대표하는 회사의 성과와 분리된다.
이제 탐욕스러운 자본을 만족시키기 위한 신종 금융상품이 범람한다.
과거 모든 장착기는 이러한 대규모 거품으로 정점을 장식했다.
전환점에서의 붕괴는 실업 및 소득 불평등 문제를 드러내 다음 시대를 위한 정치적 조건을 확립한다.
즉 배치기는 거품 호황 때보다 더 조화로운 성장을 추구하게 된다.
침체기 적나라하게 드러난 양극화를 역전시키는 경향 속에서 번영이 확산되며 황금기가 전개된다.
금융은 규제 하에서 다시 생산적 경제에 봉사한다. 그러나 붕괴 직후의 민간자본은 위험회피적이어서 투자에 소극적이다.
결국 국가가 시장경제에 개입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
작은 정부 대신 큰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우리는 1930년대처럼 전환점에 서있다.
케인즈, 루즈벨트, 베버리지와 같은 새로운 정책, 브레튼우즈 합의와 같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등장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국 입장에서 보호무역주의는 지난 장착기 심화된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이다.
트럼프가 아니었어도 미국의 대중 압박은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 기반인 경제와 기축통화 지위를 모두 위협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월 중국의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 거래 개시는 페트로달러 메커니즘에 대한 도전이다.
달러 패권은 1975년 미국과 사우디가 원유 결제를 달러로만 하는데 합의하면서 더욱 강력해졌다.
금태환 중단으로 인해 줄어든 달러 수요가 독점적 원유 결제 및 유가 상승에 힘입어 확대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과거 이란, 이라크, 리비아 등 페트로달러를 부정한 국가는 모두 미국의 제재 혹은 군사행동의 대상이었다
달러는 기축통화에 요구되는 국제유동성 공급 역할과 기축통화로서의 신뢰도 유지 문제 사이에서 태생적 딜레마를 갖고 있다.
국제 기축통화인 동시에 미국의 국내 통화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유출된 달러가 미국에 재투자되는 리사이클링(dollar recycling)이 필요하다.
그러나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가운데 오일·아시아머니의 보유자산은 다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시스템이 한계에 직면해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의 첫 번째 대응은 레이거노믹스의 재연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경제가 나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레이건 시대와 같은 대규모 감세 및 재정지출로 GDP갭을 플러스 전환시켰다.
트럼프뿐만 아니라 그의 대항마였던 버니 샌더스 역시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y Theory)을 근거로 적극적인 재정적자를 주장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즉 기술혁명의 전환점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모습이다
두 번째 대응은 제2의 플라자 합의를 통한 위안화 절상이다. 이는 현재로서는 실패다.
미국의 대중 통상압력이 오히려 위안화 약세를 심화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위안화 추가 약세는 부담이나 실물경제 안정, 시중 유동성 부족에 따른 기업 자금난 및 부도 확산 방지를 위해 지준율 인하가 불가피하다.
환율 조정의 실패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불균형을 직접 조정하려 한다.
미국은 과거에도 재정·무역적자가 심화되거나 경기가 침체되는 등 경제여건이 어려울 때 마다 보호무역정책 기조를 강화했었다.
현재 미국의 대중국 통상압력조치는 과거 사용빈도가 낮았던 자국 통상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한 2016년 이전 조사된 반덤핑, 상계관세 등의 무역구제조치는 대부분 민간기업 청원에 의해 실시되었으나 최근의 보호무역조치는 정부 주도로 시행돼 대상 품목과 요구사항이 광범위하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관세 부과는 지속될 수 있다.
대중 압박의 기반은 역시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다.
과거에는 미국 경제가 둔화 혹은 침체기여서 분쟁 장기화 여력이 제약적이었다.
현재 미국 연간 GDP는 약 20조 달러로 관세 부과금액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사실 관세 자체보다는 관세율이 높아지면서 기업 투자가 위축되거나 민간 소비가 둔화될 경우 성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관건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10월 미국 증시 조정은 전세계 성장이 둔화돼도 미국은 독보적이라는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가 깨진 사건으로서 의미가 있다.
양국의 갈등은 단순한 무역전쟁(trade war)이 아닌 신냉전(new cold war)에 가깝다.
그러나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수록 잠정적 합의에 도달할 확률도 높아진다.
지금 당장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좀더 경계적 시각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금리 상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발생했다.
중국은 과거 일본처럼 과잉 유동성 및 부동산 버블이 존재한다. 정책여력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눈높이가 많이 낮아졌지만 좀더 낮은 곳을 봐야 한다.
신흥국 리스크는 오히려 호재가 될 개연성도 있다.
제시 리버모어는 월스트리트에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을 남겼다.
현재는 미국 경제가 침체 없이 둔화되는 가운데 아시아 금융위기,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이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를 늦춰 결국 닷컴버블을 만든 역사를 연상시킨다.
현재는 2000년이 아니라 1998년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2019 투자전략
2019년에도 핵심은 기술혁명이다.
대불황(1873~95년)을 거치며 영국과 프랑스의 노후한 자본주의는 독일과 미국의 새로운 자본주의에 추월 당했다.
미국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면 미국의 패권이 유지된다. 중국이 따라잡으면 중국 패권시대가 시작된다.
결국 성장주에 대한 투자는 계속되어야 한다. 산업혁명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으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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