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대수술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물이 중국인줄만 알았는데, 공격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주 트럼프는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를 차단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10일부터 5% 관세를 일괄적으로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인도 정부에는 6월 5일부터 40년 넘게 제공해 왔던 일반특혜관세제도(GSP) 혜택을 철회한다고 통보했다.
터키도 5월 17일부로 GSP 혜택이 중단됐다.
언론은 2020년 11월 재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관세를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좁게 보면 관세전쟁(tariff war)이지만, 넓게 보면 1970년대 이후 지속됐던 신흥국 아웃소싱(outsourcing) 전략이 재검토되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미국은 1976년 1월부터 Trade Act of 1974 법안에 의거, GSP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GSP는 개도국의 경제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계획된 것으로, 개도국의 소득수준 향상이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 수호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였다.
냉전이 한창인 때라 '가난하면 공산화된다'는 두려움이 존재했던 것이다.
GSP 수혜국에는 특정 품목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며, GSP 수혜국이 고소득 국가가 되면 자연스레 졸업을 한다.
한국은 1989년에 홍콩, 싱가포르, 대만과 함께 졸업했고 말레이시아는 1998년에 GSP 수혜국에서 제외됐다.
현재까지 14회 무리없이 연장됐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혜택을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GSP 혜택이 중단되는 인도와 터키는 GSP 제도의 대표적인 수혜국이었다.
터키는 대미 수출액 중 18%가 GSP 수혜 대상품목이었고 인도는 11%가 수혜를 입고 있었다.
수혜금액 순위도 인도는 1위, 터키는 5위로 모두 상위권이다.
수혜 품목의 상당 부문은 금목걸이, 고무장갑, 무알콜음료, 건축석재, 가죽제품 등이었기 때문에 GSP 관세가 축소된다 해도 타격은 그리 크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함의(含意)가 중요하다.
미국은 GSP 혜택 축소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재조정하겠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
신흥국은 그간 OEM 등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하며 성장했지만 이제 그 기회요인이 일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1976년 GSP 제도가 시작될 때 다양한 전제조건들이 있었다.
1) 공산주의 국가는 수혜국으로 지정될 수 없으며,
2) 국가 필수자원의 공급흐름을 저해하고 비합리적으로 상품의 가격을 인상하거나 미국 무역에 심각한 부작용을 미치는 경우 특혜 대우를 부여할 수 없다.
또한 3) 최저임금, 근무시간, 미성년자 착취금지 등 국제적으로 공인된 근로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당초 생각했던 전제 조건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느낀 것이다.
EM 상대강도 약화: 수혜국과 피해국
EM 전체적으로 보면 득(得)보다는 실(失)이 클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은 중국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일자리를 아웃소싱하며 관세 혜택을 입었던 상당수 신흥국들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이 경우 대외 교역 의존도가 크고 내수 기반이 약한 국가일수록 공급망 조정에 취약하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된다면 총수요와 물동량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최근 신흥국 상대강도가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향후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특정 국가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실제로 4월 말 NBER이 발간한 "미국 무역정책 변화로 인한 생산거점 재조정과 물가 영향(The Production Relocation and Price Effects of U.S. Trade Policy)" 보고서에서는
1) 대중 관세 부과로 미국은 가구당 연간 831달러의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나,
2) 미국 내 수입 대체는 한계가 있어 한국과 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실제로 2017년 2월 미국이 중국산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후 중국산 제품의 대미 수출은 급감한 반면, 태국/베트남의 세탁기 수출이 급증했다.
반면 한국의 세탁기부품 수출은 중국향은 줄어들고 태국향, 베트남향은 늘어났다.
이는 중국산 세탁기 수출은 줄었지만,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공장을 가지고 있는 태국과 베트남에서 미국 수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트럼프 관세의 진정한 수혜자는 중국의 주변국들이다"라면서 작년 9월 발효된 301조 관세 영향으로 미국의 대중 수입은 급감하고 있으나 한국, 대만, 동남아 국가 수입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중국 기업들이 관세 회피 목적으로 우회 수출을 시도한 결과일 수도 있겠으나 앞으로도 생산기지 이전(중국 이탈)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사 소비재/의류 담당 나은채 위원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최근 발간된 보고서 "OEM: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에서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되면서 아직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신발과 의류 수입에서도 동남아 국가의 부상이 돋보이고 있다, 영원무역과 화승엔터프라이즈 및 한세실업 수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미중 무역분쟁은 단순한 불공정 무역조정이 아니라 첨단기술 패권경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상당수 전문가들은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경제 전반에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관세 조치가 장기화되면 관세 부담을 피해 제3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는 수입전환 효과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번 25% 관세 부과 대상인 대중 301조 제재 전 품목은 7,133개이며, 관련한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2,422억달러다.
관세 대상 품목에서 중간재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한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기술 집약 산업 분야(컴퓨터/전기, 전자기기 부품, 기타 제조업 부품, 기계류, 화학제품 등) 비중이 높다는 점이 포인트다.
당사 IT팀은 최근 화웨이 제재와 관련하여 삼성전자 공급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반사이익을 전망하고 있다.
리포트 원문 link : http://hkconsensus.hankyung.com/apps.analysis/analysis.downpdf?report_idx=527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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