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은행주에 대한 소고(小考)
은행주를 투자함에 있어 어디 하나 좋은 뉴스가 없다.
금리(실적)는 하락하고 환율(외국인 수급)은 상승하는 가운데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요하는 금융당국의 압박(규제)도 끊이질 않는다.
대외환경도 미중 무역분쟁, 미국 장단기금리차 역전, 일본과의 마찰 등 그 어느 때 보다 시끄럽다.
게다가 일부 시중은행들은 DLS 손실에 따른 불완전판매(노이즈)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경험적으로 은행주는 기대는 미반영, 우려는 선반영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 2년 간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으나 주가가 부진한 것도 같은 이유다.
‘18년 상반기 이후 불거진 장단기금리차 축소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 ROE 정점 통과 논란, 규제 리스크 부각 등의 우려가 주가를 짓눌렀다.
비록 시장의 우려가 기우에 그칠지라도 ‘매크로 둔화 = 은행주 하락’ 이라는 투자자들의 확증편향적인 인식 체계를 은행주가 견뎌내긴 버거웠다.
현재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술한 우려에 더해 시장의 예상을 앞서간 7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투자심리를 급속도로 위축시켰다.
실제 1회 인하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던 국내 통화정책은 현재 연내 추가 인하(당사 전략팀은 11월 인하 예상)는 물론 제로금리로의 진입까지 거론되고 있다.
7월 말 이후 급락한 주가는 코스피 하락의 영향이라기 보다 ROE 추가 훼손 가능성을 선반영한 결과다.
바로 여기에 시사점이 있다.
이미 시중금리는 기준금리 2회 인하 가능성을 선반영 중이며, 은행주 역시 이에 발 맞춘 주가 조정을 마쳤다.
다시 말해 큰 폭의 추가 금리 하락이 전제되지 않는 이상 다른 악재들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이다.
최근 언론 등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DLS 불완전판매 이슈, 제2안심전환대출 취급 등은 모두 스쳐 지나갈 노이즈에 불과한 것들이다.
국내 은행주 투자의 체계적 위험은 오직 금리뿐이다.
경기 비관론 득세와 글로벌 통화완화 정책 기조 확산으로 한국 역시 제로금리 시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의견이 피력되고 있으나 이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설사 중장기적으로 인구 고령화, 잠재 성장률 하락 등을 근거로 일본이 20년 전에 걸어온 초저금리 시대를 답습한다 해도 지금 당장 은행주의 투자 매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1년 전 이 맘 때 시장 참여자들이 미국이 몇 번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지 고민하던 모습을 돌이켜보면 현재의 중장기 금리 전망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2. 어디가 또는 언제가 바닥일까?
호실적에도 주가 부진이 지속되다 보니 습관적으로 ‘수익성 대비 저평가’ 또는 ‘과도한 우려의 선반영’ 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두 표현 모두 저점에서 바텀피싱 타이밍을 강조하기 위함이나 본질적으로 다른 의미를 가진다.
전자는 절대적, 정량적 관점에서 밸류에이션(어디가 바닥일까?)과 연결되고 후자는 상대적, 정성적 접근으로 투자심리(언제가 바닥일까?)와 맞닿아 있다.
어디가 바닥일까?
장기적으로 주가는 실적에 수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주가와 회사가 가지고 있는 내재가치가 탈 동조화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한국 주식시장에는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안 오르는 종목이 수두룩하다.
안타깝게도 은행주가 그렇다.
은행주의 더 큰 문제는 위와 같은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시적 가격 괴리는 시장의 비합리성 탓으로 돌리면 그만이나 수익성 제고 및 이익체력 향상에도 밸류에이션이 지속 하락하는 현상은 Bottom up 리서치를 하는 입장에선 납득하기 힘들다.
투자자들이 느끼는 답답함도 실적과 주가의 괴리감이 주는 희망 고문에서 출발한다.
은행 실적은 P(마진), Q(성장), C(충당금)의 조합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세 가지 요인 모두 경기와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서는 경기 보다 정부 정책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일례로 가산금리 규제, 잔액기준 새로운 COFIX 도입 및 제2안심전환대출 취급, 예대율 산식 변경 등은 은행 마진을 인위적으로 하락시켰으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위한 가계대출 축소 및 중소기업대출 확대 주문은 자산 성장 계획을 소매금융이 아닌 도매금융 중심으로 바꿔놨다.
은행이 규제 산업이라는 주홍글씨를 지울 수는 없기에 전술한 규제 리스크는 변수가 아닌 상수로 두는 게 맘 편하다.
실제 규제의 시점과 내용을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의 영역이다.
다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규제의 본질이다.
규제는 항상 현재 상황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전개되며 일정 주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주기는 정권의 색깔이 아닌 은행 업황이 결정한다.
현재와 같이 호실적이 지속되는 국면에선 대의(ex. 서민금융 안정 등)를 위한 은행의 희생을 강요하며, 업황이 부진하고 침체되는 국면에는 되려 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의 부실 가능성을 걱정한다.
일례로 저금리와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손비용 부담이 정점에 달했던 ‘15년 8월, 정부는 은행 자율성∙책임성 제고방안을 발표하며 수익성 개선에 힘을 실어줬다.
업황을 판단함에 있어 가장 직관적인 지표는 뭐니 뭐니 해도 실적이다.
실적과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마진 하락에 따른 Top line 부진, 가계부채 잠재 부실 위험, 경기 부진에 따른 대손비용 상승 등을 근거로 한 급격한 악화 가능성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
이유는 2가지다.
우선 과거대비 비은행 자회사의 이익기여도가 높아지며 이익의 금리민감도가 많이 낮아졌다.
우리가 흔히 주식시장에서 은행주라 부르는 종목은 사실 금융 지주사다.
은행의 이익기여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탓에 은행업종으로 분류될 뿐 증권, 보험, 카드, 캐피탈 등 다양한 비은행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완전자회사 형태로 종속되어 있다.
비교가 적절치 않을 수 있으나 일반 순수 지주회사의 주가가 주력 자회사 주가에 동행 또는 후행 하는 것과 유사한 구조다.
여전히 은행 자회사 이익 비중이 절대적이긴 하나 지난 몇 년간 적극적인 외형 확대 전략(M&A, 자회사 증자 등)을 통해 비은행 이익기여도는 20~40% 수준까지 상승했다.
지난 2분기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도 NIM 훼손을 증권을 중심으로 한 비은행 계열사의 약진이 상쇄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매트릭스 조직 편성 등을 통한 자회사간 시너지 확보 노력, 적극적인 해외 진출 등을 감안시 과거와 같은 급격한 실적 및 수익성 하락은 재현되기 힘들다.
Bottom up 관점에서 은행주는 1) 월별로 데이터 추적이 가능한 예대마진(신규기준) 또는 2) 분기 실적의 Swing factor인 대손비용을 따라간다.
통상 경기가 좋아질 때 금리는 상승하고 기업의 건전성은 개선되기에 두 지표는 같은 방향을 향한다.
근데 최근 대손비용과 주가의 상관관계가 깨졌다.
‘15년 말 정부 주도의 경기 민감업종(조선, 해운, 화학, 철강, 건설) 구조조정 관련 충당금 부담이 제기되던 시점보다도 더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디커플링의 핵심은 변화된 은행 자산 포트폴리오에 있다.
금융위기, 건설PF 사태 등을 겪으며 은행권의 경기민감업종 Exposure는 상당 부분 감소했다.
반면 그 반대 급부로 부동산 관련 여신은 폭증했다.
현재(2Q19 기준) 부동산에 풀린 돈은 예금은행 전체 산업별 대출금(911.0조원)에 21.0%를 차지하는 191.5조원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가계 주택담보대출, 전∙월세대출, 일부 신용대출까지 고려하면 은행 전체 여신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에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가 안 좋다는 뉴스 flow에 시장은 은행권의 대손비용이 상승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으나 이는 경험적 우려에 불과하다.
마진, 성장률과 달리 충당금은 금리, 경기, 대출 구성 등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는 탓에 추정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한다.
다만 금리가 낮아진 만큼 차주의 이자부담은 경감되었고, 부동산 담보 중심의 여신으로 자산이 구성되며 건전성이 큰 폭으로 개선되어 있다는 사실에 좀 더 주목하길 권한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현재의 안정된 대손비용 흐름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언제가 바닥일까?
요컨대 1) 은행권이 창출하는 수익성(ROE)은 과거대비 신뢰도가 높고,
2) 금리 하락에도 현 수준의 이익체력을 유지 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주가는 금융위기 시점을 하회하고 있다.
더 이상 타 업종 대비 수익성(컨센서스 기준 12m Fwd ROE, 은행업종 8.2% vs. 코스피 7.4%)이 낮지 않고, 성장성(g=영구 성장률)의 부재는 비단 은행주에게만 국한되는 사항이 아니기에 현재 은행주가 ‘수익성 대비 저평가’ 구간에 위치해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밸류에이션 몇 배 → 주가 바닥 → 저가 매수’라는 빈약한 논리는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감흥을 주기 어렵다.
특히 큰 폭의 주식시장 조정으로 경험적인 밸류에이션 하단의 의미가 퇴색된 만큼 시기적으로 적절치도 않다.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부각되기 위해선 투자 심리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투자 심리를 측정해 계량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나마 과거 실제치를 적용해 산출된 Implied Cost of Equity 추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해 보는 게 최선이다.
COE의 사전적 의미가 안전자산 대신 선택한 위험 자산에 기대하는 요구 수익률이라는 점에서 투자자의 심리가 일정 부분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심리(할인율 또는 COE)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역시나 금리다.
정확히 얘기하면 절대적 금리 레벨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하다.
주식의 선행적인 특성상 금리 인하가 시작되는 시점에 가장 높은 할인율이 적용되며, 마지막 금리 인하라는 인식이 퍼질 때 주가는 할인율이 축소되며 반등한다.
과거 COE 추이를 보더라도 금리 인하가 시작되기 직전인 ‘11년에 할인율이 가장 높았으며, 기준금리 하락에도 시중금리가 반등했던 ‘13년에 할인율 하락에 따른 주가 상승을 보였다.
주식시장에서 흔히 언급되는 ‘마지막 금리 인하 시점에 은행주를 사자’라는 표현은 밸류에이션상 정확한 접근이다.
8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 2명이 등장하며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재차 확인시켰다.
그럼에도 은행주는 오랜만에 코스피를 초과 상승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7월 기준금리 인하 및 8월 시중금리 급락으로 3분기 3~5bp 내외의 NIM 하락이 자명하고, 4분기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마진 반등을 기대하기 요원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반응이다.
1.25% 기준금리에 대한 확신은 있지만 1.00%까지 가기에는 시간도 필요하고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다.
같은 의미로 현재 은행주가 ‘과도한 우려의 선반영’으로 적용 받고 있는 역대 최대의 밸류에이션 할인율도 추가 확대보단 좁혀질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앞서갔던 시장의 우려만큼 은행주 투자 심리의 저점도 예상(4분기 기준금리 인하 시점)보다 빠르게 통과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3. 하반기 은행업종 투자전략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
은행주가 주식으로서 점차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에는 통감한다.
산업의 축이 제조업에서 IT∙서비스업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당연한 수순이다.
유형 집약적 투자에서 무형 집약적 투자로, 즉 자산 경량화(Asset light)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주식시장 내 전통 금융업종 비중 감소는 현재 진행형이다.
실제 과거 코스피 내 20%를 상회하던 금융업종 비중은 현재 10%를 하회하고 있다.
또한 경기 개선을 동반한 금리 상승이 없는 한 현재 은행주가 처한 Value trap을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
실제 당사는 ‘18년 상반기, ‘Value Trap’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은행업종 투자의견을 Neutral로 하향한 바 있다.
주가 상승의 피로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ROE 정점 논란을 주가가 버텨내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은행주는 주식으로서 투자할 가치가 없는 것인가?
만약 상반기 어느 시점에 누가 물어봤다면 선뜻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기술적 반등은 기대할 수 있겠으나 투자 기회비용 측면에서 은행주가 선순위에 놓이긴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주가 외국인 환 플레이 대상으로 전락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국내 액티브 펀드 시장 위축, 핀테크 주식의 부상, 국민연금 10% 룰 등의 이유로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들며, 환율과 은행주의 음의 상관관계가 보다 심화됐다.
‘상승장에는 덜 오르고 하락장에는 덜 빠지는’ 소위 저베타 주식으로 전락한 것도 증시 방어주여서가 아니라 낮아진 주가 변동성 탓이 더 크다.
단기적 관점에서의 접근 요구
중장기 전망이 밝지 않더라도 하반기의 절반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는 좀 더 단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요구된다.
투자 심리는 바닥을 통과하고 있으며, 양호한 실적 흐름에 기반한 높은 배당수익률이 돋보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비록 6개월 뒤, 1년 뒤 주가가 제자리일지라도 결코 투자 매력이 없는 주식이 아니다.
고점과 저점을 잘 활용하면 의외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고점을 파악할 길은 없으나 현 주가가 저점이라는 확신을 가져볼 만한 시기다.
밸류에이션 과정에 극단적인 할인율을 적용했다.
국내 기준금리 인하 Cycle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11년 코스피 대비 KRX은행업 COE 할증 폭을 자본비용 계산 과정에 가산했다.
종목별로 5~14% 내외의 적정주가 하락은 불가피했으나 주가가 더 많이 하락한 탓에 업종 상승여력은 30%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커버리지 8개사 모두 당사 투자등급 기준으로 Buy rating(추천기준일 직전 1개월간 평균종가대비 +20% 이상)으로 분류된다.
이에 Trading buy rating으로 평가했던 BNK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의 투자등급을 Buy로 상향한다.
은행업종 투자의견을 기존 Neutral에서 Overweight로 상향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적정주가 하향과 업종 투자의견 상향이 모순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극히 보수적으로 추정해서 제시한 적정주가와 현 주가의 괴리가 더 이상 심해지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반기 Upside risk에 대비한 적극적인 매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추세 상승이 아닌 연말까지 약 20~30% 내외의 제한적 반등을 예상하고 있는 만큼 상반기와 같은 종목간 수익률 격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펀더멘털 우위 보다는 1) 낙폭 과대 또는 2) 고베타 종목이 상승 탄력도 측면에서 좀 더 우선 순위에 놓인다.
시중은행 중엔 KB금융, 하나금융지주를, 지방은행 중엔 DGB금융지주를 단기 최선호주로 추천한다.
리포트 원문 link : http://home.imeritz.com/include/resource/research/WorkFlow/20190901180937084K_0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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