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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한국 경제

일본의 수출 규제, 정치적 목적이 전부일까? (메리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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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 제재, 정치적 목적이 전부일까?


2018년 상반기, 미중 무역분쟁이 처음 대두되기 시작할 때를 돌이켜보자.

 

 

당시 금융시장에서 본 미중 무역분쟁은 2018년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증권사 뿐만 아니라, 각종 연구기관들, 그리고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미중 무역분쟁은 2018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정치적 전략으로 간주되었고, 따라서 중간선거 이후에는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당시의 전망은 틀렸다. 

 

 

무역분쟁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2020년 미국 대선을 위한 정치적 전략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패권 전쟁의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이러한 시각에도 미국 대선이라는 키워드는 빠지지 않는다. 

 

 

물론 대선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분위기 전환은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일본의 한국 수출 제재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의 갑작스런 수출 제재는 참의원 선거(7월 21일)를 위한 정치적 전략이라는 내용이다. 

 

 

이러한 주장이 맞을지, 틀릴지는 이번 주 주말이면 알게 될 것이다.

 

 

필자도 일본의 수출 제재가 참의원 선거를 위한 단기 이벤트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일본의 제재가 단기적인 정치적 이벤트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과거사와 관련된 문제에서 시작된 만큼 정치적인 목적이 핵심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경제적인 보복 조치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치적 이유 속에 경제적인 계산도 함께 고려되었을 가능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화이트리스트 배제도 확정될 경우에는 경제적인 계산도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제재를 가하는 이유는 뭘까?

 

1) 정치적 문제 :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은 ‘참의원 선거에서의 승리’


일본이 처음 수출 규제 품목을 발표했던 7 월초, 가장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7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여기서 우파 세력의 표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우리나라에 제재를 가한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일본 국민들의 공감을 어느 정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림 1~2>를 보면,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한 것을 56%가 타당하다고 답변했으며, 특히 아베 내각 지지층에서는 74%가 타당하다고 답변했다. 

 

 

다만, 최근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있어, 선거를 위한 전략으로서 한국에 대한 수출 제재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7월 21일에 참의원 선거 결과를 확인해봐야 한다.

 

 

 

 

2) 정치적 문제 : 참의원 선거보다는, 강제 징용과 관련한 판결에 대한 불만


참의원 선거를 위한 전략과 더불어, 가장 설득력이 높은 원인은 강제징용과 관련한 우리나라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이다.

 


이와 관련해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이벤트는 7 월 18 일 답변 시한이었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한 일본 ‘제 3 국 중재위원회’ 구성 요구였는데, 7 월 16 일 우리나라에서 수용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강제 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면, 일본과의 분쟁 이슈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일단 강제 징용과 관련한 판결에 대한 불만이 수출 규제의 원인이라면, 한일 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음 주에도 이슈가 지속된다면, 참의원 선거를 위한 전략도 아니었음이 판명나게 된다. 

 

 

그렇다면 그 후에는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필자는 정치적 배경 속에, 경제적인 계산도 고려되었을 가능성을 점검하고자 한다.

 

 

 

3) 경제적 문제 : 사고의 전환, 꼭 무역적자여야만 싸움을 걸까?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와 관련해 시장의 공통된 의견은 경제적으로 일본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의 對한국 무역수지가 흑자이기 때문이며, 따라서 對중국 무역적자가 전체 무역수지 적자 중 약 50%에 이르는 미국의 사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무역수지 흑자국으로서 상대국을 제재할 경우, 일본 수출 기업들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는 차치하더라도, 가장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예는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다.

 

 

 

그렇다면 일본이 경제적으로 얻는 것은 정말 없을까?

 


먼저 미중 무역분쟁 사례를 짚어보자.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이유를 패권전쟁으로 볼 수 있지만, 어쨌든 무역수지에서도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적자의 약50%에 해당하며, 적자 규모는 매년 확대되고 있다. 

 

 

주식시장 참여자로서 힘든 일이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납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일본을 보자. 

 

 

일본은 왜 무역수지 흑자국인 한국을 도발하는 것일까?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처럼, 경제적인 이유로는 도발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일까? 

 

 

아래 그래프를 보자.

 

 

 

 

우리나라의 對일본 무역수지는 적자인 것은 맞다. 

 

 

하지만 필자는 관점을 달리해 stock(저량)의 관점이 아닌, flow(유량)의 관점에서 접근해보았다.

 


일단 Stock(저량)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어쨌든 對일본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도발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flow(유량)의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우리나라의 對일본 무역수지는 1980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적자가 확대되어 왔다. 

 

 

굳이 예외를 꼽자면, 1996년~1998년, 2년간 적자 폭이 일시적으로 큰 폭 감소한 것이 전부일 정도다.

 


그런데 2010년부터는 분명히 다른 흐름이 관찰된다. 

 

 

2010년~2015년 4년간 무역수지 적자폭이 큰 폭 감소했으며, 2018년부터 다시 적자폭이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다소 논리적인 비약이 있다고 느낄 수 있다.

 

 

2가지 질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미국이 중국, EU, 멕시코 등을 압박하는 것처럼 무역흑자국이 아닌 무역적자국에 무역분쟁을 일으켜야 하지 않나?

 


둘째, 다른 무역수지 흑자국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가 없지 않나? 

 

 

왜 하필 우리나라인가?

 


다음 장에서 살펴보자.

 

 

①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국들을 상대로 무역분쟁을 일으키는 것과는 달리, 일본은 왜 무역수지 흑자국인 한국을 상대로 무역분쟁을 일으킬까?

 


물론,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앞에서 언급했던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 이슈와 관련한 정치적 이유가 더 큰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보복 조치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가 경제적인 계산도 이미 고려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했을 경우 일본 기업들도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점을 필자도 알고 있는데, 아베 총리가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다시 한번 stock(저량)이 아닌, flow(유량)의 관점에서 보자.

 


앞서 일본의 對한국 무역수지 흑자폭이 2010년부터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변화와 관련해,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그 변화가 갖는 의미가 좀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림8~9>는 일본의 국가별 무역수지 변화를 나타낸다. 

 

 

<그림8>은 2010년과 2019년의 차이를, <그림9>는 2017년과 2019년의 차이를 나타낸다. 

 

 

그리고 두 그래프에서의 수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① 무역수지 흑자 폭이 축소됐거나, ② 무역수지 적자 폭이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flow(유량)의 관점으로 보면 단순히 무역수지 적자인 상황보다는, ‘흑자폭이 감소하거나 적자폭이 확대되었는지’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두 그래프에서 우리나라는 흑자폭이 축소된 영향에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일본의 수출 제재를 정치적으로만 볼 수 있을까?

 


경제적인 계산도 이미 고려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그림8~9>에서 무역수지 변화폭이 가장 큰 중국이 아닌, 왜 하필 우리나라일까? 

 

 

이에 대해서는 아래 내용에서 같이 설명하도록 하겠다.

 

 

② 그렇다면 무역수지 흑자국들은 왜 제재의 대상이 아닐까?

 


앞의 주장에 대해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왜 무역수지 적자국은 제재의 대상이 아닐까?

 


위 질문에 대한 답은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 상위국가들을 나열해 보면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 상위국은 좌측 그림과 같다. 

 

 

對중국 무역적자가 가장 크고, 2~6위 국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UAE, 카타르, 러시아 등이다.

 


먼저, 중국은 2010년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2010년 9월 동중국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의 영유권을 놓고 마찰을 빚었을 때, 중국이 보복조치로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 

 

 

희토류 수출 중단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일본은 18일 만에 중국측에 사과하며 사실상 항복했다.

 


2010년의 사례가 일본과 중국의 갈등에서 일본이 패배한 직접적 사례라면, 최근 미중 무역분쟁에서 미국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간접적 사례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이 고전하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 일본이 무역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다음으로, 2~6위 국가들은 대표적인 원자재 수출국들이다. 

 

 

원자재 수출국을 상대로 무역분쟁을 일으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무역수지 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위 7개 국가들은 일본이 제재를 가할 수 없는 국가들이다. 

 

 

무역수지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제재를 가하지 않는 이유다.

 

 

 

승자가 없어 보이는 싸움

 


한일 분쟁의 경우, 일본의 의도를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러한 이유로 오늘 전략공감에서는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원인에 대해 시장에서 얘기하지 않는 관점에서 접근해 보았다. 

 

 

생각의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7월 18일이 답변 시한이었던, 일본 정부가 제안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문제와 관련한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에 대해 청와대에서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가 좀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그렇다면 시장은 어떻게 될까? 

 

 

시장 얘기를 끝으로 전략공감을 마치고자 한다.

 


한일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주가지수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이 처음 부각되기 시작했을 때, 미국과 중국의 증시는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시장은 승자와 패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듯했다. 

 

 

하지만 한일 분쟁이 본격화한 이후(7월 이후), 한국 증시와 일본 증시는 모두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증시의 낙폭이 조금 더 크긴 하지만, 미미한 차이에 불과하다.

 


물론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실망감이 주가를 움직인 영향도 있지만,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은 경계감을 늦추지 말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리포트 원문 link : http://hkconsensus.hankyung.com/apps.analysis/analysis.downpdf?report_idx=531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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